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탄광 노동자들의 고된 삶
[김대호]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세종로공원과 경복궁, 그리고 멀리 청와대와 북악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이명박 정권 초기였던 2008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현대사박물관' 건립을 공표한 후 정권 말기인 2012년 12월에 개장을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값비싼 화강석을 외벽으로 바른 현대식 건물 내에 있다.
▲ 당시 광산 사무실에 붙어 있던 부서별, 부위별 재해자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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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년 6월에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폐광하였고, 올해 6월에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폐광하였으며, 내년 6월에는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가 폐광할 예정이기에 이러한 전시가 기획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건립배경과 운영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점, 그리고 보수정권이 들어선지 2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시대>의 전시 내용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시 1부는 '석탄 증산으로 경제부를 이룩하자'는 석탄이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던 시기의 구호를 제목으로 하면서 '주탄종유(主炭從油)' 시대의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2부는 '싸이랭 들려온다 일터로 가자'는 1950년 대한석탄공사 사가인 '삼탄가'(삼척탄광가의 준말, 대한석탄공사 삼척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은 당시 국내 최대 발전소인 영월화력발전소에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다)를 제목으로 하면서 전시는 함태탄광의 모집공고, 각종 광산보안교재, 안전표지판, 각종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3부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제목으로 탄광노동자들의 급여 봉투나 복지전표, 인명구조 훈련 모습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탄광도시인 강원도 태백에 있는 태백석탄박물관, 1990년에 폐광하였던 충청남도 최대의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성주광업소와 영풍탄광, 대천탄광, 한보탄광, 삼풍탄광 등 여러 민영탄광이 있있던 충남 보령의 보령석탄박물관, 그리고 대성탄좌개발 ㈜ 문경탄광과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등 태백 다음으로 탄광이 많았던 경북 문경의 문경석탄박물관의 전시품들을 가져와 <석탄시대>라는 특별전시를 채웠지만, 탄광 노동자의 삶을 톺아볼 수 있는 자료들은 일부에 불과하였다.
특별전시의 기획자는 주탄종유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이러한 전시품들을 가져왔겠다. 하지만, 자본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가 '주유종탄(主油從炭)'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석탄 합리화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탄광들의 폐광하면서 버려졌고, 최근까지 채산성 악화로 아픈 몸만 남긴 채 버려지고 있는 탄광의 노동자들의 삶이 특별전시를 통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석탄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들 말하지만
내년에 폐광 예정인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를 제외하고 이제 남은 탄광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소재의 민영탄광인 ㈜경동 상덕광업소 밖에 없고, 상덕광업소의 갱도 내에서 일하는 광부들도 600여 명에 불과하여 석탄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재보상의 차원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도 근로복지공단 통계연보에 따르면 진폐 입원 및 통원 요양환자는 2149명에 불과하지만, 장해보상(진폐보상연금)을 포함하는 진폐 보험급여 수급자수는 1만 9006명으로 근골격계 질병(2만 5889명) 다음으로 많고, 지급한 보험급여액은 약 5096억으로 뇌심혈관 질병(5723억) 다음으로 많다.
탄광에 근무하다가 사고로 사망하였거나 장해를 입은 노동자, 진폐 이외 근골격계, 소음성 난청, 진동장해 및 폐암을 입은 노동자들을 포함한다면, 산재보상 관점에서 탄광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주요 주제이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탄광 인근의 근로복지공단 지사(공단 태백지사, 영주지사, 보령지사, 광주지역본부) 재활보상 담당 직원들과 대표적인 진폐 전문요양기관인 근로복지공단 태백/동해/정선/순천병원 및 다수의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인들에 불과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잊혀져 가고 있다.
탄광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석탄시대> 전시가 어느 정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곳은 탄광이 있었던 지역에 소재해 있는 태백석탄박물관, 보령석탄박물관, 문경석탄박물관이다.
탄광 노동자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 곳으로 필자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있었던 사북석탄유물보존관으로, 강원랜드 가는 길에 있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현재 공사 중이지만 올해 11월부터 운영 예정이다. 과거 사북탄광에서 근무하였던 노동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들이 사용하였던 물품과 장비들을 설명한다. 당시 목욕탕, 대형 세탁기 및 각종 자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갱도 입구까지 광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으며, 노동조합 사무실에서는 사북항쟁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사북광업소에서 근무하였던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만든 사북석탄유물보존회가 이 박물관 탄생의 주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특별전시와 어떻게 다르게 전시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석탄시대> 특별전시에서는 탄광 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본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사용하다가 버렸는지를 <석탄시대>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급격한 산업전환으로 인한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및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들의 권리와 지속적인 삶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사회변화를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탄시대> 특별전시는 무료이다. 3층 전시실에서는 광화문교차로 넘어 광화문, 경복궁, 청와대, 북악산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김대호 님은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에서 일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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