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네거티브 한방 먹혔나…해리스, 비호감도 상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TV토론(10일 현지시간) 이후 주요 경합지역(swing state)에서 카멀라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동시에 ‘이 후보는 찍지 않겠다’는 의미의 비호감도가 트럼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도·비호감도는 표의 확장력과 직결된 척도다. 해리스의 비호감도 상승은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공격해온 트럼프의 전략이 일부 유권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펜실베이니아서 오차범위 밖 우세
미 퀴니피액대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는 51%의 지지율로 트럼프(45%)를 앞섰다. 지지율 격차 6%는 오차범위(±2.7%포인트)를 넘어섰다.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와 함께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3대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도 각각 50% 대 45%, 48% 대 47%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위스콘신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는 49%의 지지율로 48%인 트럼프를 앞섰다. 현재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확보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해리스가 이들 3개주에서 승리할 경우 11월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
‘선벨트’서도 추격…발목 잡는 호감도
해리스의 상승세는 트럼프가 다소 앞섰다고 평가되는 남부 국경 인근 ‘선벨트’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과 조지아주립대의 조지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4%의 지지율로 트럼프(47%)와의 격차를 3%포인트로 줄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직전인 지난 7월 조사에선 두 사람의 격차가 5%포인트였다.
그러나 지난 6월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결과 바이든이 후보직을 사퇴했던 것과는 달리, 해리스는 TV토론에서 '판정승'을 거두고도 큰 폭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보다 해리스가 너무 진보적인 것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신 등판한 뒤 급상승하던 해리스의 호감도는 ‘급진 좌파’ 프레임을 내세운 트럼프와의 대결을 거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공개된 갤럽의 조사에서 트럼프의 호감도는 46%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5%포인트 상승한 반면, 해리스의 호감도는 3%포인트 하락한 44%로 나타났다. 투표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의 비호감도 역시 해리스는 54%로 트럼프(53%)보다 높다.
미국 최대 노조 “특정 후보 지지 없다”
이런 가운데 130만명의 노조원이 가입돼 있는 미국의 최대 운수노조 ‘팀스터스’는 이날 “대선에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팀스터스는 2000년대 들어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왔으나 이번엔 '중립'을 선언했다.
실제로 팀스터스 내부엔 노조원 상당수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실제 션 오브라이언 회장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이에 반발한 조합원 20여명은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랐다.
이날 팀스터스가 공개한 2차례 자체 조사에서도 조합원들은 각각 59.6% 대 35%, 58% 대 31%로 오히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기 전인 7월 조사에선 바이든은 44.3%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36.3%)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날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내고 ”노조원 대다수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환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 100명 이상이 공동 성명을 내고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고 진지하며 확고한 지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많은 국내 및 안보 정책 문제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의견이 다를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대통령으로서 필수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해리스, ‘전통 지지층’ 소수인종에 총력
해리스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소수인종의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충분히 결집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히스패닉 코커스 연구소의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민자)가족을 갈라놨던 트럼프와 그의 극단주의 측근들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대규모 추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는 (이민자들이)시민권을 획득하는 것과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비와 관련해선 “트럼프는 노령연금과 고령자 의료보험을 삭감하고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을 폐지하려고 한다”며 “이는 500만명 이상의 라틴계 미국인들의 의료 서비스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55%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기록한 65%보다 낮다.
아울러 해리스 캠프는 7대 경합주 모두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를 겨냥한 TV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 추석 축하 행사에도 서면 축사를 보냈다.
트럼프 “나는 신이 선택한 후보”
두번째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는 해리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개최한 유세에서 두 차례의 암살 미수 사건을 언급하며 “신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내 생명을 구했다”며 “트럼프가 뉴욕주를 바꾸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기 만들 것이기 때문에 신이 날 구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암살 시도 용의자를 '폭력적 극단주의 좌파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해리스는 가장 진보적 상원의원이었고, (대표적 진보파인)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보다 더한 좌파”라고 강조했다. 좌파를 고리로 해리스와 암살범을 연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나는 운이 좋았고 우리보다 더 큰 무언가가 저 위에 있는 것 같다”며 “저 위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TV토론에 대해선 “나는 그 무대에서 최고의 토론을 마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언론과 앵커들이 극도로 부정직하고 부패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해리스는 국경 책임자였고, (불법이민자) 2100만명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다”며 “상당수의 살인자와 죄수들이 미국으로 오면서 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감옥이 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문제와 관련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중국에는 사형이 있기 때문에 마약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마약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마약상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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