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의식했나…미사일 발사 지도 ‘원수님 활동’ 北주민엔 공개 안해
북한이 전날(18일)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초대형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 미사일”이었다고 19일 밝혔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직접 현지지도했는데, 정작 북한 주민에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중요 보도사항 누락은 수해 민심 등을 의식, 값비싼 무기 시험에 관한 내용을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며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에는 설계상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가 장착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이 “초대형 탄두 장착 미사일에 대한 사거리 320㎞의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을 확증(확인)하는 목적”이었다면서다.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전투 적용 용도에 맞게 성능을 고도화”했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정은이 참석했으며 "원수님께서 시험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이러한 시험을 통한 무장 장비 성능의 부단한 제고는 국가 안전 환경에 미치는 외부 세력의 엄중한 위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우리 국가의 제일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 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핵무기뿐 아니라 대남 공세용인 재래식 무기도 보강하라는 지시다. 김정은은 이날 북한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7.62㎜저격수보총, 5.56㎜ 자동보총 등 저격 무기들도 시험해봤다.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내륙에서 미사일 시험을 진행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의 지하 군사 시설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미사일 소식을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고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보도했다. 통상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공개활동'이나 '지시'는 주민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주요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19일자 노동신문 1면에는 대신 ‘알곡 고지 점령을 위한 투쟁’, ‘증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른다’ 등 경제 분야 보도가 주로 실렸다. 발사 당일인 18일자 1면은 김정은의 영도 치적에 관한 논설이 실렸다. “참다운 인민의 나라, 이것이 위대한 김정은 조선의 참모습” 등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도 "김정은의 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해당 소식을 한 발 늦게 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부 안팎에선 7월 말 수해로 북한 내부 민심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무기 시험 보도는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의 생활고가 가중된 상황에서 고비용 미사일 발사 시험에 주민들이 의문을 품거나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한발 당 발사 비용은 최소 300만 달러(한화 40억원) 정도다. 미사일 70여 발을 쏘면 북한 주민 전체가 한 달 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 공세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대북 전단에 대응해 풍선을 띄우고 있다”는 입장인 만큼 풍선 소식이 오히려 대북 전단을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美국무부 부장관 "러시아가 북한 담력 키울 수도"=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으로 인해 북한이 더 많은 도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담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캠벨 부장관은 “솔직히 북한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한·미·일 간의 더 깊은 관여"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확장억제는 강력하며 한반도에 대한 어떤 위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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