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가 딸에 빙의됐다? 관객도 놀란 충격 반전

양형석 2024. 9.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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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멜로 드라마 <비밀>

[양형석 기자]

지난 1990년에 개봉한 <사랑과 영혼>은 5억5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멜로 영화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특히 세상을 떠난 샘(고 패트릭 스웨이지 분)의 영혼이 점성술사 오다 메이(우피 골드버그 분)의 몸에 들어가 몰리(데미 무어 분)에게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눈물 짓게 했다. 무엇보다 서양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던 '빙의'가 등장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2002년에 개봉했던 이병헌과 이미연 주연의 멜로영화 <중독>도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형의 아내 은수(이미연 분)를 사랑했던 대진(이병헌 분)이 형이 사고로 죽고 난 후 형의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형의 영혼이 동생에게 들어온 것이 아닌 형수를 짝사랑하는 대진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중독> 역시 서울에서만 34만 관객을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사랑과영혼>이나 <중독>처럼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해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만드는 경우가 꽤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지난 1999년에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3년이 지난 2002년에 개봉한 영화 <비밀> 역시 딸의 몸 속에 들어간 엄마의 영혼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국내에 많은 마니아 관객들이 있었던 <비밀>은 2014년에 재개봉됐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었던 히로스에 료코

국내에서 문근영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만든 주인공이라면 일본에서는 배우와 가수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히로스에 료코가 '국민 여동생'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히로스에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2000년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철도원>이 시작이었다. 철도원 포스터에서 아련한 표정으로 경례를 하는 히로스에가 크게 화제가 됐고 국내에서 2000년 2월에 개봉한 <철도원>은 서울 관객 21만을 기록했다. 3년 늦게 개봉한 히로스에의 또 다른 대표작 <비밀> 역시 히로스에의 인지도 덕분에 서울에서만 18만 관객을 동원했다.

히로스에는 2002년 말부터 트레이드 마크였던 단발머리를 벗어나 머리를 기르며 연극에 출연하고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기존의 귀여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굿바이>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히로스에는 전성기가 지난 최근까지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멜로 드라마로 각색된 심리 스릴러 소설
 히로스에 료코는 <철도원>에 이어 <비밀>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국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비밀>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원작 소설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이 연출하고 히로스에 료코와 코바야시 카오루가 주연을 맡아 일본에서 1999년에 개봉했던 영화 다. 원작 소설이 심리 스릴러가 가까운 것에 비해 영화 <비밀>은 최고의 아이돌스타 히로스에 료코를 캐스팅한 만큼 멜로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갔다. 실제로 <비밀>은 촬영 당시 대학생이었던 히로스에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 급하게 찍은 영화다.

영화 <비밀>은 나오코(키시모토 카요코 분)와 모나미(히로스에 료코 분) 모녀가 스키 여행 도중 사고를 당하고 먼저 숨을 거둔 나오코의 영혼이 모나미에게 빙의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작품이다. 눈을 뜬 딸이 자신을 '여보'라고 부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던 남편 헤이스케(코바야시 카오루 분)는 부부만 알고 있는 추억들을 정확하고 세세하게 기억하는 '딸이 된 아내'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장르가 바뀐 만큼 소설과 영화는 차이가 적지 않다. 소설이 대체로 차갑고 건조하게 진행된다면 영화는 추리물 같은 부분을 최소화한 채 일본 특유의 로맨스 드라마 같은 색깔을 강조했다. 특히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가볍고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따라서 영화를 먼저 감상했던 관객들은 뒤늦게 원작 소설을 보고 다른 분위기에 적잖게 놀라기도 했다.

<비밀>에서 관객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장면은 역시 헤이스케가 모나미에 빙의된 나오코를 알아보는 장면이다.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에 빙의된 후 모나미와 나오코의 인격을 오가며 남편을 속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오코는 자신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야 남편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별에 감동한 관객들도 많았지만 반전 때문에 충격에 빠진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레옹>과 <제5원소>의 뤽 베송 감독은 <비밀>을 인상적으로 보고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고 2007년 뱅상 페레즈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작이 제작됐다(대신 뤽 베송 감독은 국내에서 2003년에 개봉했던 <와사비:레옹 파트2>에서 히로스에 료코를 캐스팅했다). <비밀>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와 시다 미라이 주연의 드라마 버전도 제작돼 2010년 아사히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심야식당> 마스터로 더 잘 알려진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왼쪽)는 <비밀>에서 아내의 영혼이 빙의된 딸과 함께 사는 아버지 헤이스케를 연기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딸의 얼굴을 한 아내 때문에 커다란 혼란에 빠지는 남편 헤이스케 역은 요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마스터를 연기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가 맡았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노노케 히메>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성우로 나서기도 했던 카오루는 1999년 <비밀>을 통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헤이스케는 사고 후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된 (나오코의 영혼을 가진) 모나미가 걱정돼 모나미의 학교에 찾아가 상담을 하다가 모나미의 담임 다에코 선생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낀다. 다에코 선생 역시 헤이스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데 모나미는 이를 보면서 묘한 질투와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다에코 선생 역은 <모노노케 히메>에서 주인공 산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이시다 유리코가 맡았다.

김자현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재일 한국인이자 격투기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카네코 켄은 <비밀>에서 버스 사고를 낸 아버지를 원망하다가 자신을 위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카지카와 후미야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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