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배터리가 부풀었다고 그냥 버리지 마요

유영숙 2024. 9.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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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제거한 뒤 전원 연결해서 사용하면 가능... 언제까지나 함께 할 나의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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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우리 집에는 오래된 노트북이 있다. 우리 집의 유일한 컴퓨터다. 10년도 더 되었지만, 없어서는 안 되고 늘 함께 하는 친구다. 일상생활에서는 핸드폰처럼 꼭 필요한 물건이다. 퇴직 전에는 강의 다닐 때도 함께 다녔고, 퇴직 후에는 글 쓸 때뿐만 아니라 메일을 보낼 때 등 온라인으로 어떤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친구였다.

이 친구는 2014년에 우리 집에 왔다. 그 당시 초등학교 교감이었는데 학교폭력 예방 전문 강사 연수받고 학교로 강의를 다녔다. 학생 대상 강의도 있었으나 학부모 대상 학교폭력 예방 연수가 많았다. 그때는 학교별로 학교폭력 예방 연수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강의 PPT를 만들어서 다녔는데 컴퓨터에 따라 글꼴이 깨지거나 동영상이 실행되지 않을 때가 있어서 불편했다. 그때 LG에서 가벼운 그램 노트북이 출시되어서 남편이 추천해 주어 모아둔 강의료로 샀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니 정말 강의가 편했다.
▲ 듀얼로 사용하던 노트북 오래된 친구처럼 사용하던 노트북, 커다란 모니터를 연결하여 듀얼로 사용하니 불편함이 없었다.
ⓒ 유영숙
이렇게 친구처럼 함께 하던 노트북이 교장이 되고도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재택근무를 자주 하게 되었는데 이 노트북으로 집에서 결재를 할 수 있었다. 아들 둘이 결혼한 후에 사용하던 데스크톱도 오래되어 없애고, 오직 이 노트북이 우리 집의 유일한 컴퓨터였다. 커다란 모니터를 사서 듀얼로 사용하여서 불편함이 없었다.

배터리가 부풀어오른 노트북

오래된 노트북이지만, 퇴직하고 2년 동안은 필요할 때마다 잘 사용하였다. 퇴직하고 작가로 살며 열심히 글을 썼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릴 때도 꼭 노트북으로 기사를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컴퓨터가 너무 느려졌다. 가끔 기다림에 지쳐 짜증이 났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사용했다.

남편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너무 느려서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새 컴퓨터를 사자고 했지만, 나이 들면 가능하면 있는 것 고쳐 쓰고 새로운 것은 안 사는 것이 좋다고 고집을 부렸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나이 들어 물건을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해서 늘 필요한 물건을 주문했다. 내 생각은 고쳐 쓸 수 있으면 고쳐 쓰고,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쓰자는 주의여서 그 부분으로 종종 갈등이 있다. 요즘 유품 정리 지원사가 있을 정도로 유품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라서 살아있을 때 물건을 늘리지 않고, 안 쓰는 물건을 미리미리 정리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USB 저장 에러 메세지 지난 7월 중순부터 갑자기 에러 메세지가 뜨면서 USB에 문서와 사진 등이 저장되지 않았다.
ⓒ 유영숙
7월 중순부터 노트북이 갑자기 USB에 문서나 사진을 저장하려고 하면 경고 글이 뜨면서 안 되었다. 며칠 그러다가 괜찮아지려나 생각했는데, 계속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주말에 집에 온 아들이 노트북을 살펴보더니 키보드도 작동이 안 되고, 노트북 앞부분이 부풀어 올랐다고 아무래도 노트북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매일 노트북을 사용하면서도 앞부분이 부푼 것을 몰랐다.

9월에 노인복지관 강의도 있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PPT를 USB에 저장해 가야 하는데 걱정이 되었다. 그냥 사용하려고 했던 마음을 아무래도 바꾸어야 할 것 같았다. 컴퓨터는 글 쓰는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가전제품이기에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8월 중순에 여행 다녀오고 노트북을 살까 하다가 집 앞에 있는 컴퓨터 매장을 방문했다.

남편이 데스크톱이 편하다고 해서 조립식 컴퓨터를 알아보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 컴퓨터 매장 사장님이 노트북을 보시더니 배터리가 부풀었다고 하시며 어떻게 이럴 때까지 사용했냐며 놀라셨다. 노트북을 두고 가면 자료는 컴퓨터에 다운로드하여 주신다고 했다.
▲ 배터리 부푼 노트북 노트북 배터리가 부푼 지도 모르고 사용했다.
ⓒ 유영숙
다음날 컴퓨터를 설치했다. 새 컴퓨터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무선 인터넷이라 사용 중에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기도 하여 불편했다. 물론 부팅하는데 속도가 느려 인내심도 필요했다. 그래도 아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대로 참고 사용했다.

배터리 제거한 노트북, 새 친구로 돌아왔다

노트북에서 꺼낸 배터리를 가져온 컴퓨터 사장님이 '이렇게 부푼 배터리는 처음 본다'라고 하셨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부지런한 남편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새 내다 버렸다. 배터리가 터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다행히 노트북은 배터리를 제거하고 전원을 연결해서 사용하게 해 주셨다. 배터리를 제거하고도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버릴 뻔한 노트북이 다시 살아와서 죽은 사람이 살아온 것처럼 무척 반가웠다.
▲ 배터리 제거한 노트북 버릴 뻔한 노트북을 배터리를 제거하고 사용하게 해 주어 너무 감사했다.
ⓒ 유영숙
버릴 뻔한 노트북은 포맷하고 새로운 삶으로 거듭났다. 속도도 빨라지고 USB에 복사가 안 되던 부분도 개선되어 새 컴퓨터처럼 잘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더 사용할 수 있겠다. 나는 TV 보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요즘 식탁에서 TV 보며 편하게 일하고 있다. 글도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 새로 산 조립식 컴퓨터 새 컴퓨터는 속도도 빠르고 인터넷도 끊기지 않아서 편리하였다.
ⓒ 유영숙
친구도 오래된 친구가 편하고 좋듯이, 컴퓨터도 익숙한 것이 편하고 좋다. 물론 새 컴퓨터가 속도가 빨라져서 좋지만, 오래 사용해서 익숙한 내 노트북이 오래된 친구처럼 정말 편하다. 새로 산 컴퓨터는 노트북이 있던 서재에 설치했다.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는 서재에서 일한다. 속도가 빨라져서 일의 능률도 오른다.
▲ 노인복지관 강의 장면 노인복지관에서 강의할 때 배터리 제거한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강의하였더니 강의가 술술 잘 되었다.
ⓒ 유영숙
지난주에 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 글도 쓰고 출판도 하고'란 주제로 글쓰기 관련 강의를 했다. 인근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수업인데 노인복지관에 위탁하여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다. 강의할 때 내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하니 의도했던 대로 강의가 잘 되었다. 배터리를 제거한 노트북은 앞으로도 친구처럼 오래도록 함께 할 것 같다.

나이 들면서 새로운 물건은 가능하면 사지 말고 쓰던 것을 사용하자는 내 신념이 깨졌지만, 그래도 컴퓨터를 바꾸니 속도도 빠르고 글쓰기가 편해졌다. 이번 일로 나이 들어도 꼭 필요한 것은 사야 함을 노트북 고장으로 알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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