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전서 '흉기 피습' 日아동 숨져…日 "범행 동기 등 사실관계 밝혀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치료를 받던 일본인 초등학생이 피습 하루 만인 19일 숨졌다. 일본 정부는 중국 당국에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은 이날 웨이보(중국판 X) 공식계정을 통해 “18일 선전 일본인 학교의 한 아동이 등교 중 습격을 받아 다쳤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19일 새벽 사망했다”며 “이에 깊은 비통함과 유감을 느끼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 측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 며 “중국 정부는 중국에 있는 일본 교민을 보호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진상을 규명하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대사관에 게양한 조기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지난 18일 오전 광동성 선전시에선 현지 일본인 학교에 재학하는 10세 남자 초등학생이 등교 중 학교 입구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이날 선전시 공안국은 통지를 통해 “용의자 44세 중(鐘) 모 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선전시는 중국 하이테크 기업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일본 등 외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 거주하는 외국인도 많은 곳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아이를 공격한 비열한 행위는 유감”이라며 “중국 측에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한 중국 당국이 범행 동기와 배경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 대변인격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주중 대사관, 주광저우 총영사관으로부터 중국 측에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했다”면서 “일본인 안전 확보에 대해 만전을 기하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노토반도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극히 비열한 범행으로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삼가겠지만, 우선 중국 측에 사실관계 설명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일본인의 안전 확보와 재발 방지를 중국 측에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로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관련 질문에 하야시 장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는 점을 재차 설명하면서 “일·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삼간다”면서 “앞으로도 중국 당국과 연계해 재류 중인 일본인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은 이날 외무성에 재발 방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앞서 사건 당일인 18일 오후 5시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외무사무차관이 우장하오(呉江浩)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에 따르면 재발 방지와 일본인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일본 측 요청에 대해 우 대사가 "현지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안전확보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개별 사안으로, 유사 사건은 어떤 국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유감과 비통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올해 중국에서 일본인 아동 피습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이것이 양국 관계에 줄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개별적 사건이 중일 양국의 교류·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3개월 전 쑤저우 사건 동기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는 "그 사건은 아직 추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답하지 않았다.
최근 중국에선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장쑤성 쑤저우시에선 중국인 남성이 하교하는 아동과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인 여성과 미취학 아동인 아들이 다쳤고, 이들 모자를 보호하려다 중상을 입은 중국인 여성 통학버스 안내원은 치료 중 숨졌다. 같은 달엔 지린성 지린시의 공원에서는 미국인 강사 4명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용의자의 우발적인 범행임을 강조하면서 수사 결과, 처벌 수위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중국은 안전하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베이징의 교민 이모(48)씨는 “법 집행이 엄하다는 중국에서 외국인을 습격한 범인에 대한 수사 결과나 처벌 수위를 쉬쉬하는 것은 사건 재발을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외국인 대상 범죄가 과격한 민족주의·애국주의 선동과 관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보 아이디 쉬후이진빙쿤(徐滙金炳坤)은 “‘애국’이란 명목으로 일본 아동을 공격한 것은 철저한 겁쟁이 행위”라며 “각종 배척은 이미 문명으로부터의 고립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민족주의 세력은 결국 미래에 산산이 부서진 복선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 야오야오샤오루(邀邀小鹿)는 “(청 말에 외국인을 공격한) 의화단은 항상 있지만, (쑤저우에서 일본인 모자를 구한) 후유핑은 항상 있지 않다”고 개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일본인학교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 6월 쑤저우 일본인학교의 모자 피습 사건 이후 일본 외무성은 주중 일본인학교 스쿨버스마다 보안요원을 채용하기 위해 3억5000만엔(32억5000만원)을 2025년 예산에 추가했다. 일본 주중 대사관에 따르면 중국에 현재 일본인학교 11곳이 있고, 일본인 학생 3305명이 재학하고 있다.
베이징·도쿄=신경진·김현예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뺑소니범 몰렸다? 여기선 '2만원짜리 한문철' 찾아준다 | 중앙일보
- "결혼 전 꼭 알고 싶다"…빚 여부보다 궁금한 1위는 | 중앙일보
- ADHD 아이가 SKY 갔다…전교 1등 만든 '사소한 한마디' | 중앙일보
- 아내 때리고 1000회 넘게 성매매 시켰다…악마 남편 충격 범행 | 중앙일보
- "다른 남성과 성관계 강요" 이런 물의도…미 힙합거물 체포, 혐의는 | 중앙일보
- "사망? 허위사실"…'폐섬유증' 유열, 10개월 만에 밝힌 근황 | 중앙일보
- "기내서 이것 먹지 마세요"…승무원만 아는 '더러운 비밀' | 중앙일보
- 온천 중 결국 쓰러졌다…축구선수도 못 버틴다는 이 나라 [10년째 신혼여행] | 중앙일보
- "학생 때 교사 8명 때려죽였다"…영화 삼체 '홍위병' 실제모델 사망 | 중앙일보
- 곽튜브 추가 사과 "내게도 학폭상처 있어 자만… 피해자께 죄송"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