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안 해요?” 추석 덮친 폭염, 부산 해수욕장 ‘개장 연장’ 불붙이나
“이렇게 더운 추석 연휴는 처음입니다. 바다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네요.”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난 한모(48)씨는 “연휴를 맞아 부산에 온 친척과 태종대를 가려 했지만, 날씨가 더워 해수욕장으로 행선지를 바꿨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 ‘피서객’ 몰리자 “쉬려다 열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부산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내려진 폭염 경보는 이날까지 이어졌다. 이에 한씨처럼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많았다. 인근 구남로 상권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17, 18일 가게를 쉬려고 했는데, 무더위에 손님이 몰릴 것으로 보여 문을 열었다. 주변에 이런 식으로 문 열게 된 가게가 꽤 된다”고 했다.
해운대는 추석 연휴에도 곧잘 사람이 몰리는 곳이지만,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진 올해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종전에는 대부분 방문객이 단순히 해변을 거니는 데 그쳤는데, 올해는 바닷가에 몸을 담그는 사람이 많아서다. 하지만 이미 해수욕장 개장 기간은 끝나 지자체나 해경ㆍ소방 등 관리 인력은 대부분 철수한 상태다. 물놀이하다 사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16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방글라데시 국적의 20대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각자 해수욕장을 방문했다가 물놀이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도 해수욕장 연장” 목소리
이에 폭염 일수가 늘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데 맞춰 해수욕장 개장 기간도 늘려야 한다는 ‘연장론’도 나온다. 부산지역 해수욕장 7곳 가운데 해운대ㆍ송정은 매년 일부 구간을 6월부터 조기 개장하며, 나머지는 7월부터 정식 개장한다.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자치구 5곳의 말을 종합하면 9월 들어서도 무더위가 식지 않은 올해엔 해수욕장이 폐장한 뒤에도 “입수가 가능하냐” “한시적으로 허용해줄 수 없느냐”는 등 문의가 잇따랐다고 한다.
2018년 4116만명, 2019년 3694만명을 기록했던 부산 해수욕장 방문객은 지난해 1794만명, 올해 1972만명으로 급감세를 보였다. 개장 기간을 늘리면 이런 수요를 흡수할 수 있고, 관리 인력을 투입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수 한국해양대 특임교수(도시공학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폭염이 급격히 심해지고 길어졌다. 이에 맞춰 개장 기간 연장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인천시 왕산과 을왕리·하나게 해수욕장 등은 올해부터 개장 기간을 9월 8일까지로 늘려 운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장 기간을 연장하려면 기온 이외에도 수온이 물놀이에 적절한지, 지자체에 관리 예산을 늘릴 여력이 있는지 등 따질 것이 많다”며 “다만 폭염 심화 등 기후 변화에 따라 지자체, 인근 상인 등과 연장이 가능할지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계절 재조정, 추석도 미루자”
한편 폭염이 심해지면서 “추석이 아닌 하석(夏夕)”이라는 말과 함께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10월 이후 양력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는 앞서 기상청이 기후 변화에 따라 기존 3개월 단위 사계절 구분 대신 실제 계절 길이에 맞춰 계절별 길이를 조정하는 논의에 착수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국립기상과학원 주관으로 열린 ‘온난화에 따른 계절 길이 변화 및 부문별 영향 포럼’에서 보건과 방재, 생태 등 분야 전문가들과 계절 길이 재조정 논의를 시작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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