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삐삐 폭발’ 관련 유엔 안보리 20일 긴급회의 소집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ㆍ무전기 대량 폭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오는 20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아랍권을 국가를 대표하는 안보리 회원국 알제리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앞서 전날 오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가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는 삐삐 수천 개가 동시에 폭발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또 무전기 등 통신장비 폭발이 이어지면서 레바논 전역에서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자국의 관여 여부나 사전 경고 인지 여부를 모두 부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어제나 오늘 (폭발) 사건에 관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폭발 사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로부터 레바논에서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전 경고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폭발 사건과 관련된 반복된 질문에 “어떤 수준으로라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유엔의 인권 수장인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폭발 사건은 충격적이며 민간인과 무장단체 대원을 구분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어긴 행위”라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엔 총회는 반세기 넘게 지속돼 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불법 점령을 12개월 이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총회는 이런 내용의 결의안을 투표에 참여한 181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124개국 찬성으로 가결했다. 한국을 포함해 43개국은 기권했고 이스라엘과 미국 등 14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결의안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 전망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엔 총회 결의안 통과 후 성명을 내고 “테러리즘을 조장하고 평화에 대한 기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총회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다수 유엔 회원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를 지닌다. 앞서 지난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가급적 빨리 중단할 것을 권고했었다. 유엔 총회의 이날 결의안은 ICJ의 지난 7월 권고를 환영하고 점령 중단을 위한 유예 기간을 12개월로 제시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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