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 소년법, 연령 하향만이 답은 아니다
[이순영 기자]
▲ 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윈더의 아팔라치 고등학교에서 가까운 저그 태번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총격 사건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2024.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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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지아주 수사 당국은 총격범의 아버지 콜린 그레이(Colin Gray, 54)를 아동 학대 혐의 8건, 과실 치사 혐의 4건 및 2급 살인 혐의 2건으로 기소했다. 2급 중범죄 살인 혐의에 대해 최대 30년, 과실치사 혐의 최대 10년, 아동학대 1건당 10년 징역형을 감안하면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8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자녀 총기 범죄를 부모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 중 가장 심각하게 제기된 것이다.
수사를 담당한 크리스 호시 국장은 콜린 그레이의 2급 살인 혐의에 대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총기를 준 것이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밝혔다. 이는 콜린이 아들이 범행에 사용한 총을 지난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에게 사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주장한 것이다.
2급 살인 혐의는 2급 아동 학대를 저지른 과정에서 제 3자의 살해를 유발한 경우 적용이 된다. 이번 조지아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 내려질 판결에 따라 청소년 총격범의 경우 부모의 살인죄 적용 여부에 관한 법적 조치가 미 사회에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콜드는 학교 총격 사건과 관련된 4건의 중범 살인 혐의로 기소 됐다. 하지만 용의자가 10대 미성년자 청소년인데도 범죄가 중하기 때문에 소년·가정 법원에서 재판을 받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인의 기준으로 재판을 받는다. 따라서 그가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벌은 가석방 여부와 관계없이 종신형이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미시간에서 있었던 총격 사건의 가해자 이선 크럼블리 역시 종신형을 선고 받고 성인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미국의 경우 청소년 범죄자들의 범죄의 경중에 따라서 이미 성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단계를 넘어 청소년 범죄에 대해 부모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데까지 나아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촉범 소년법 때문에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조차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 촉법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 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 처분 대신 보호 처분이나 소년원 수감 처분 등을 받는 것을 보장하는 법이다. 반 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 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 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소년 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고 이들 중 다수는 강력 범죄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2024년 1월 서울 한복판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돌덩이로 15차례 가격한 학생이 "촉법 소년이라 어차피 감방에 안 간다"며 오히려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이를 밝히는 사례도 있었다. 촉법 소년법을 면죄부처럼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자 촉법 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주마다 법이 다른 미국은 몇몇 주에서 10세, 12세 또는 13세가 되면 성인으로 기소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미시간을 비롯한 알래스카, 플로리다, 하와이, 아이다호,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등 11개 주에서는 최소 연령 없이 소년을 성인으로 재판할 수 없는 최소 연령이 없다. 따라서 소년이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소년 법원 판사가 관할권을 포기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 일반적으로 형사 관할권을 갖는 법원으로 넘기면 피고인이 해당 범죄에 대해 성인과 같은 선고를 받을 수 있다. 이 법으로 8세 어린이도 성인으로 기소가 되기도 했다. 성인과 다른 청소년의 경우 범죄 사실에 따라 법이 융통성 있게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범죄에 대해 가해자의 연령에 관계없이 성인의 형사처벌 시스템을 적용해 피해자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강력하게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청소년 사법 제도의 목표는 성인의 것과는 달리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재활과 치료, 교육 등 회복적 접근 방식을 취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들이 성인으로 기소될 경우 장애, 불안, 두려움 혹은 트라우마를 겪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 이를 사회가 관여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아름다운 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촉법 소년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피해자가 볼 땐 아름답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촉법 소년에게 갱생의 기회와 법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서 중범죄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어린 나이일 수 있는데 이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해자도 어린 시절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남은 인생을 이 범죄의 기록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 때문에 하나뿐인 생명을 혹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등의 피해를 입는다. 이 사실은 아무리 가해자가 어리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촉법 소년의 중범죄에 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호가 아닌 형사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법무부와 대법원을 오가며 촉법 소년의 연령의 하향에 대해 결론도 없는 논의만 계속되는 현 상황 속에서 촉법 소년법에서의 실질적인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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