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만원 부인 옷 받고 두 달 뒤 신고? 英총리 '늑장 신고' 논란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키어 스타머(62)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한 지 약 2개월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당 대표인 그가 자당 상원의원으로부터 고가의 옷을 부인을 위한 선물로 받은 지 2개월 만에 '늑장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BBC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지난 7월 총선 전후로 받은 와히드 알리 상원의원의 선물을 이달 10일 의회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알리 의원의 선물은 스타머 총리 부인 빅토리아 여사를 위한 옷으로 약 5000파운드(870만원) 상당이었다.
영국 하원의원은 선물을 받으면 28일 내로 의회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하원의원인 스타머 총리도 선물을 기한 내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총리 측이 지난주에야 신고를 위해 의회에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제1야당인 보수당(The Conservative Party)은 보도 직후 의회 당국에 "왜 받자마자 신고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스타머 총리 측은 "규정 위반이 없었고 관계 당국의 조사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16일 이탈리아 방문 중 기자들에게 "선거 직후 관계 당국에 무엇을 신고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최근에서야 추가 조언을 구했고, 그 결과 신고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2020년 4월 노동당 대표가 된 이후 영국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선물과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와 '토르토이스'가 지난 2019년 12월부터 공동 집계한 '웨스트민스터 계좌 내역'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총 10만7000파운드(약 1억8800만원)를 신고했다. 두 번째로 선물을 많이 받은 루시 포웰 추밀원 의장 겸 노동당 원내대표 내역(4만파운드·약 7000만원)의 약 2.5배에 이른다.
스타머 총리가 신고한 선물 내역엔 1만6000파운드(2800만원) 상당의 의류와 4만파운드(7000만원) 상당의 축구경기, 콘서트 티켓 등 관람권이 포함됐다. 특히 4만파운드(약 7000만원) 상당은 알리 의원이 준 선물로, 의류·안경·숙박료 등이 포함됐다.
알리 의원은 미디어 기업인 출신인 자산가로, 스타머 총리를 비롯해 노동당 주요 인사들에 고액의 기부를 하며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노동당 정부에서 직책이 없는데도 총리 집무실 임시 보안 패스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스타머 총리 측은 관련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스타머 총리가 대표인 노동당은 지난 7월 4일 치러진 총선에서 650석 중 412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지속하는 인플레이션과 공공 의료 악화 등으로 보수당과 리시수낵 전 총리 집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배경이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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