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분사, '묘수-악수' 여부 떠나 '삼성 영향권'
실적 저조에 파운드리 투자 속도조절 대신 초미세공정 지속
"분사-기업공개 실패 시 삼성 파운드리도 변화 줄 듯"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사로 위기 타개에 나선다. 파운드리에서 조 단위 적자가 지속되는 만큼 향후 기업공개(IPO)로 투자자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각 대신 분사로 초미세공정 경쟁을 지속하기로 한 인텔의 결단이 묘수가 될지, 악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는 인텔이 발표한 ▲파운드리 독립성 강화 ▲글로벌 인텔 파운드리 공장 건설 속도조절 등 파운드리 사업 재편 방안이 설계-제조를 아우르고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삼성전자 반도체에 주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고 본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는 조 단위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인만큼 조만간 기업공개를 통해 외부 투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 초 2분기 매출 128억3000만 달러(17조1900억원)에 순손실 16억1000만 달러(약 2조1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 이후 2년간 250억 달러(33조3000억원)가 투입됐으나 성과가 미진하자 분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정리·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4일(현지시간) 2나노를 건너 뛰는 대신, 1.8나노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초미세공정 TSMC-삼성-인텔 3사 경쟁 체제는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다만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설 투자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폴란드, 독일, 말레이시아 등 유럽과 아시아 반도체 투자는 속도를 조절하지만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인텔은 미 국방부로부터 최대 3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아마존 웹서비스(AWS)와도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기로 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어필했다.
인텔의 고육지책이자 승부수 결과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분사-기업공개 과정을 거쳐 인텔이 외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한다면 자체 심폐소생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CPU(중앙처리장치) 등 자사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인텔이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했다. 고객들이 자사 반도체 발주를 꺼리는 상황에서 조 단위 투자를 밀어부친 결과, 파운드리 사업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 목적 이유로 독립성 확보를 강조한 것도 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레터를 통해 "인텔 파운드리를 자회사로 두면 독립적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자금 조달" 방침에 따라 분사-기업공개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투자금 규모와 대형 고객사 유치 여부가 인텔 파운드리 수명을 결정지을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현 시스템 반도체 체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설계(시스템 LSI)와 제조(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사업 체제를 두고 있다. 시스템 LSI가 수율(양품 비율) 등의 문제로 완제품(모바일)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파운드리 역시 애플, 퀄컴 등 '큰 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파운드리를 분리하게 되면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본사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간 협업에도 제동이 걸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텔이 IPO로 투자를 많이 받게 된다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본사 자금도 활용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인텔 파운드리가 성공하면 삼성 파운드리 분사 압력도 커지게 될 것이고 반대가 된다면 삼성 시스템반도체 전략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인텔 파운드리 분사는 삼성에게는 큰 자극이 될 것"이라며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이고 TSMC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 파운드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TSMC 뿐 아니라 삼성전자, 인텔과도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신규 거래선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이든, 인텔이든 결국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은 미국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삼성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잠재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만한 수율, 생산라인 등 제조 측면에서 삼성은 치고 나갈 것이 없다"며 "(분사 등) 변화를 주지 않으면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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