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취소 없이 비행기 안 타도 '공항사용료' 환불 받는다

지난 19일 광주공항에서 항공권을 취소 또는 변경하려는 고객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비행기를 안 탔더라도 5년 이내에는 고객이 낸 '여객공항사용료(이하 공항사용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은 항공권 연장이나 예약 취소를 하지 않은 채 일정 기한이 지나간 경우에는 공항사용료 환불이 어려웠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예매한 항공권을 취소하지 않고 해당 항공기에 타지 않은 고객(미탑승 승객)도 공항사용료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20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항공권 취소 없이 미탑승한 경우에도 5년간(탑승 예정일 기준) 공항사용료를 환급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이를 고객이 알 수 있도록 환급 가능 기간 내에 해당 사실을 안내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또 해당 고객이 5년간 공항사용료를 찾아가지 않은 경우에는 공익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교통시설특별회계의 공항계정에 귀속토록 했다.

현행 공항시설법 상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을 이용한 자'에게만 공항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항공사들이 이를 대신해서 받고 있다. 그 뒤 실제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수만큼 양 공사에 공항사용료를 전달한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국제선 공항사용료로 1만 7000원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공항사용료는 국제선의 경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1만 7000원씩이며, 그 외 다른 공항은 1만 2000원이다. 국내선은 인천공항이 5000원이고, 나머지 공항은 4000원을 받는다.

현재도 미탑승 고객이 항공권 유효기간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면 소정의 위약금을 제외한 항공료와 공항사용료 등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항공권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도 연장이나 환불요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문제다.

유효기간이 지나도록 연장 또는 예약취소가 없으면 항공사는 항공료를 미탑승 고객에게 환불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항사용료는 항공사 돈이 아닌 탓에 처리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관련 근거가 없어 항공사가 이 돈만 따로 빼서 양 공사에 주거나 고객에게 환불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가 일단 부채로 책정했다가 5년가량 지나면 잡수익 처리를 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쌓이는 돈이 연간 20억원가량 된다는 게 국토부 추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 취소 없이 탑승하지 않고, 그 뒤 환불받는 경우 소정의 위약금이 발생하는데 이게 실제 지불한 항공료보다 많은 경우가 있다 보니 의외로 항공권 연장이나 취소 요청을 아예 하지 않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윤근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공항시설법이 개정되면 미사용한 여객공항사용료를 찾아갈 수 있는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항이용 때 납부하는 출국납부금(1만원, 관광진흥개발기금법)도 미사용 시 찾아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개정안 전문은 20일부터 국토교통부 홈페이지(www.molit.go.kr)의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에서 볼 수 있으며, 우편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