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실제 골프, 새로 나온 시티골프 직접 체험해보니
스크린 골프 부스 장막이 올라갈 때는 연극무대 커튼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초록색 그린과 흰 깃발, 흰 벙커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장막이 걷혀 생긴 문을 통과해 가상의 시뮬레이터 공간에서 실제 골프 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낌이 그럴싸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골프존 시티골프 차이나 오픈을 앞두고 시티골프를 체험했다.
골프존이 새로 개발한 시티골프는 롱게임은 스크린 부스에서, 쇼트게임은 진짜 그린에서 한다. 18개 홀 모두 다른 부스, 다른 그린으로 이동해서 친다. 그린은 천연잔디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실물 인조잔디다. 장막이 열리고 그린을 밟을 때,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 들을 때, 그린의 경사를 보려 허리를 숙일 때마다 가상 세계에서 벗어난 몸의 본능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골프의 핵심은 그린이다. 골프는 티잉그라운드가 아니라 그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장 이용료를 그린피라고 한다. 골프 코스 관리 위원회를 그린위원회라고 한다. 골프는 멀리 치는 게임이 아니라 홀에 넣는 게임이다.
시티골프의 핵심은 그린이다.
일반 골프에서 캐주얼 골퍼는 스케일이 큰 롱게임을 좋아하고 쇼트게임은 얕보는 경향이 있다. 그린에 올라가면 대충 치고 컨시드를 받으려는 골퍼가 많다. 골프의 핵심인 쇼트게임의 중요성과 재미를 놓친다.
스크린 골프는 일반 골프보다 더 롱게임 위주다. 시뮬레이터 골프는 그 시작이 볼의 탄도 계산이었고, 그린의 미세한 경사와 땅의 스피드, 경도 등을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롱게임에 집중한 듯하다.
스크린 전문 선수들은 본능보다는 수학적 계산으로 먼 거리 퍼트도 쑥쑥 집어넣었다. 일반 골퍼는 스크린 골프에서 컨시드를 받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그러나 시티 골프에선 반대다. 시티골프에서 그린은 상대적으로 롱게임존보다 더 좋은 곳이고 더 강조된 곳이다. 무엇보다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스크린 부스에서 롱게임을 한 후 그린에 가면 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일반 골프장이나 스크린골프장과 달리 시티 골프에서 퍼트를 대충대충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린이 꽤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서 승부가 난다. 차이나 오픈에서 3위를 한 김하늘은 “그린에서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특히 짧은 퍼트할 때 엄청나게 긴장된다”고 했다.
기자는 태국 프로 칸 분나보디, 온카녹 스미스완과 함께 11개 홀을 쳐봤다. 일반 골프장에서 평균 80대 후반, 스크린 골프에서 70대 후반을 치는 기자는 시티골프 11개 홀에서 14오버파를 쳤다.
전장이 7500야드로 매우 길고 그린 사이즈가 작았다(평균 66평)는 걸 고려해도 스코어가 나빴다. 그린에서 고생했다. 그린이 빠르고 경사가 심했다.
선수들도 1m 이내 퍼트 성공률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분나보디는 “첫 라운드엔 홀당 평균 퍼트 수가 2가 넘었다”고 했다.
한 라운드에 10언더파를 쉽게 치는 스크린 전문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승자 옌판판(4라운드 합계 8오버파 296타), 2위 홍진주(11오버파), 3위 김하늘(14오버파) 등 상위권은 모두 일반 골프 선수 차지였다. 대회 총상금은 약 9억원, 1위는 2억7000만원, 2위는 9000만원 3위는 약 4500만원이었다. 스크린 전문 선수들은 실제 그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시티골프의 인조잔디는 개선할 점이 있었다. “그린이 미끄럽다”고 하는 선수도 있었고 “그린이 울퉁불퉁해 짧은 퍼트 때 볼이 좌우로 흔들린다”고 하는 선수도 있었다.
그린 주위 오르막 칩샷은 과도한 스핀이 걸리고 평지나 내리막에선 퉁겨 흘렀다. 역결 인조잔디에 걸리면 뒤땅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래서 그린 주위에서 퍼터나 아이언으로 샷을 하는 선수가 많았다.
롱게임 존에서 경험하는 가상 그린과 쇼트게임존 실제 그린의 차이도 있었다. 배경은은 “스크린 박스에서 치는 가상 골프장의 그린은 딱딱한데 쇼트게임존에서 실제로 치는 그린은 부드럽고 스핀이 잘 걸려 헷갈렸다”고 했다.
일반 골프장에선 파 3홀에서 기다릴 때가 많다. 시티골프에선 파 5홀에서 밀렸다. 롱게임 존에서 주로 3번씩 샷을 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골프장도 건설 후 자리를 잡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이제 갓 출범한 시티골프도 문제점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배경은은 “인조잔디에서 라운드해 보니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경기할 때 느낌이 났다. 그린의 작은 굴곡 때문에 예상 못 한 곳으로 볼이 흐르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골프가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알았다. 시티 골프도 개성 있게 발전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골프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홍진주는 “일반 골프가 100이고 스크린 골프가 0이라고 볼 때 시티 골프는 60~70 정도 될 것”이라며 “그린에서의 게임이 놀랄 만큼 재미있다”고 했다.
의외로 운동이 됐다. 한 라운드에 7000보 정도 걷는 데다 처음 본 시티골프에 적응하고 그린에서 신경 쓰느라 뇌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듯도 했다.
동반자와의 친교를 위한 거리도 적당했다. 함께 매 홀 걸어서 이동하며 일반 골프장처럼 동반자와 멀리 떨어질 일이 없다. 스크린골프처럼 너무 가깝지 않고 너무 멀지도 않았다.
김하늘은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 특히 기후변화로 야외에서 골프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고 했다.
대회 중계도 괜찮았다. 골프존 시티골프 차이나 오픈 대회에서 선수들의 그린 플레이 중계는 마치 무대 위 연극을 중계하는 것처럼 몰입도가 있었다.
톈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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