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체코 순방 오늘 출국…유럽 '원전·첨단산업' 시장 개척
올해 첫 4대 그룹 총수 총동원
두코바니 원전 최종계약 쐐기
원전 넘어 첨단산업 협력 확대
제1호 영업사원…전방위 세일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체코 순방을 통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4조원 규모 체코 원자력발전소 사업의 쐐기를 박고, 체코와 원전뿐 아니라 첨단기술, 무역, 공급망 등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4대 그룹 총수가 동원된 50~60명 규모 경제사절단까지 동행하는 만큼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체코 프라하를 향해 출국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중앙아시아 3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2박4일의 빡빡한 일정을 쪼개 체코 페트르 파벨 대통령, 페트르 피알라 총리 등과 연쇄 회담을 가지며 양국 간 협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호 영업사원' 尹…원전 수주 쐐기 박는다
대통령실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 체코 순방의 핵심 목적은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사업의 최종 계약 '굳히기'다. 내년 3월 최종 계약 전 한국과 체코의 원전 분야 협력을 대폭 강화해 경쟁국들의 막판 견제를 차단하고 최종 계약 체결의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최종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며 "계속 정부와 한전, 한수원,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쳐 뛰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이번 순방에 대해 "내년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체코 측의 협조와 지지를 공고히 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두코바니 사업을 넘어 추가 원전 수주도 노린다. 체코는 두코바니 원전 2기 외에도 테믈린 3·4호기 건설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인데, 이들 사업까지 '팀 코리아'가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 총사업비는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선 최고의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위해선 체코와의 원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에 한수원,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원전 분야 산·학·연 관계자도 대거 동행해 체코와 원전 건설, 설계, 운영, 핵연료, 방폐물 관리 등 생태계 전 주기에 걸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처럼 체코에 힘을 싣는 것은 체코를 교두보 삼아 유럽 원전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질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순방의 가장 첫 목적은 원전 사업 확대이고 그다음이 첨단산업 분야 협력"이라며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 첨단산업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한-체코 원전 동맹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나아가 한미 간 '글로벌 원전동맹 파트너십' 구축도 모색한다. 이번 원전 수주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한 미국계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앞으로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유럽 진출 교두보' 체코…4대 그룹 총수 총출동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원전 분야 협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 내 제조업 강국인 체코와 경제 다방면으로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체코는 유럽 동서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거점이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유럽 4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전자현미경, 나노섬유 생산기술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만큼 기술력도 뛰어나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아 우리와 협력할 분야가 많다.
대표적인 협력 가능 분야로는 미래차, 배터리, 수소 등 첨단산업이 꼽힌다. 체코는 탄소중립과 디지털화에 대응해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순방 중 윤 대통령은 체코와 교역, 투자, 산업, 에너지 전반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TIPF)도 체결할 예정이어서, 양국 기업 간 진출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체코 순방에는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비중 있는 경제인들이 다수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다"며 "이전 순방과 비교해봐도 양보다는 질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순방에 동행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체코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향후 사업 협력 기회 확대를 모색할 전망이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박지원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순방에 동행해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체코에는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다수 진출해있다. 삼성전자는 체코 국영기업 칼렉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하고 있고, 현대차는 체코 노소비체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공장을 운영하며 유럽 시장에 맞는 코나 등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LG는 1992년 프라하에 진출해 가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SK그룹은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배터리 등 분야에 관심이 많아 체코 진출 유인이 있다.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체코가 추진 중인 대규모 고속철도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중앙부에 있는 체코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을 잇는 고속철도, 고속도로 건설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때도 2700억원 규모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수출 계약 체결을 지원한 바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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