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환경단체 한목소리 냈지만…‘수소환원제철’ 비용이 문제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철강업계와 환경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목표인 미래 경쟁력 확보와 환경단체의 목표인 탈(脫) 탄소 사회 전환이 수소환원제철 도입이라는 해결책으로 만나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탄소 배출량 중 철강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였다. 환경단체가 철강 분야에서의 탄소 감축을 중요 과제로 꼽아온 이유다. 조강(고체 형태 철강 생산품) 수출량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도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한 무역장벽이 주요 국가에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탄소 전환이 절실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가 탄소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준수를 위해 2034년 연간 55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계획대로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한다면 204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유동환원로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자연 상태의 저품위 분철광석을 별도의 가공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원료 수급이 쉽고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6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수소환원제철 및 전기로 전환 비용이 문제로 남는다. 지난 12일 철강업계·환경단체·학계·정부 관계자가 국회에 모여 철강업계의 탈탄소 지원 방향을 토론한 이유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토론회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예산이 2026년까지 269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단위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실증 기술이 나오기 전 대규모 예산 배정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앞으로 5년간(2026~2030년)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1조3927억원의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이후에도 설비 전환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상용설비 투자액의 50%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독일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원료가 될 수소 생산과 전기로에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도 업계와 환경단체가 공통되게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그린 수소’를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수소환원제철 경제성 확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모든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경우 전력 소모량은 기존 대비 60% 늘어난다. 현재는 전력 사용량의 85%를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체 발전량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시 사용량 100%를 외부 전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이렉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배진찬 포스코 상무는 “철강 산업의 미래 확보를 위해서라도 배출 비중이 커지는 발전 부분의 탈탄소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고 말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도 “반도체·스타트업 등 산업 전반에서 요구되는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정부에 전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 활용 여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철강업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이유로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원전 없이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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