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안무가 사후의 공연은 전통의 계승? 과거의 박제?

장지영 2024. 9.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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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에서 1인 안무가 중심의 현대무용단은 해당 안무가의 사망 이후 존폐 기로에 선다.

현대무용이 동시대성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안무가 사후 공연은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무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안무가들의 무용단 가운데 상당수가 안무가의 사망 이후 해체됐다.

다만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폴 테일러 무용단, 앨빈 에일리 무용단 등 안무가 사후에도 존속되는 현대무용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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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LG아트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P와 함께 춤을’ 개막
피나 바우쉬 사후 부퍼탈 탄츠테아터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
20세기 후반 현대무용의 지평을 바꾼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생전 모습. (c)Wilfried Krueger

무용계에서 1인 안무가 중심의 현대무용단은 해당 안무가의 사망 이후 존폐 기로에 선다. 현대무용이 동시대성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안무가 사후 공연은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안무가 생전에 함께 작업한 적 없는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은 자칫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현대무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안무가들의 무용단 가운데 상당수가 안무가의 사망 이후 해체됐다. 다만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폴 테일러 무용단, 앨빈 에일리 무용단 등 안무가 사후에도 존속되는 현대무용단들이 있다. 이들은 무용학교를 운영하며 무용수를 길러내는 한편 해당 안무가만이 아니라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도 공연하는 레퍼토리 컴퍼니로 바뀌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20세기 후반 현대무용의 지평을 바꾼 안무가 피나 바우쉬(1940~2009) 타계 이후 그가 이끌던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어떻게 됐을까. 오는 28일~10월 6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연출가 이경성의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현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 ‘P와 함께 춤을’을 선보인다. 독일 현대무용단을 다뤘지만 전 세계 공연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경우라는 점에서 공연 팬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바우쉬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탄츠테아터’(Tanztheater) 개념을 통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에도 LG아트센터에서 ‘카네이션’ ‘마주르카 포고’ ‘카네이션’ 등 바우쉬의 작품이 자주 공연됐었다.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36년간 이끌던 바우쉬가 2009년 암으로 갑자기 별세한 후에도 그의 작품은 생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 세계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무용수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바우쉬의 안무 스타일 덕분에 고참 무용수들이 주축이 되어 예전 작품을 충실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참 무용수들이 나이를 먹어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면서 점차 젊은 무용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를 이끄는 이경성 연출가 (c)정희승

이경성 연출가는 바우쉬 사후 작품들이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에게 어떻게 승계됐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의문이 생겼다. 부퍼탈 탄츠테아터에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얻은 이경성 연출가는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 방문해 단원들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한국인 단원 김나영과 미국인 단원 에디 마르티네즈를 지난 7월 서울로 초청해 3주간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작업 방식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P와 함께 춤을’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리서치, 바우쉬의 창작 방식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이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세계를 만나게 된다. 다만 이번 작품은 바우쉬의 유산을 유지하는 동시에 무용단을 새롭게 혁신해야 하는 상반된 과제 사이에서 아직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고민까지 보여주지는 않을 듯하다. 이경성 연출가는 “피나 바우쉬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통’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단순히 박제되거나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여전히 현재와 소통하며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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