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폐지” 野 “시행 원칙” 찬반 팽팽… 키 쥔 민주당, 24일 토론회가 분수령
정치권과 증권가,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오는 24일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정책 토론회에 쏠리고 있다. 금투세 내년 도입을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이 제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투세는 현재 비과세(대주주 제외)인 국내 주식·채권 등 각종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양도)차익을 모두 더해 5000만원이 넘는 초과 이익에 22.0∼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을 원칙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투세는 2020년 최초 입법과 2022년 ‘2년 유예’ 과정을 사실상 민주당이 주도했다. 문재인정부 당시인 2020년 12월 금투세 도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에 여야 의견이 일치했다.
2년 뒤 집권한 윤석열정부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6개월 앞둔 2022년 6월 ‘2년 유예’ 방침을 꺼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선 금투세 2년 유예 법안이 재석 의원 271인 중 찬성 238표(반대 10인·기권 23인)로 통과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금투세 도입에 나섰던 민주당도 이때는 유예에 찬성했다.
그 배경엔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급락세가 있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세진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그해 말 2800을 웃돌았던 코스피는 2022년 2300 아래로 떨어지며 20% 이상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 5만명은 ‘금투세 2년 유예’ 청원을 국회에 접수했다.
금투세 1차 유예 종료를 앞둔 현시점에서 국내 증시 성적표는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3.54%(13일 종가 기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6.52%)를 비롯해 대만 가권(21.48%)·일본 닛케이(8.81%)·독일 DAX(11.67%)·영국 FTSE(7.62%) 등 주요국 지수가 상승 흐름을 탄 것과 상반된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 침체 흐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매도 차익에 따른 과세가 ‘큰손’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르고, 이로 인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더 심화한다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까. 먼저 두 차례나 금투세 도입에 나섰다가 결국 폐지한 대만 증시는 금투세가 증시 흐름과 투자자 심리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대만은 1986년 1039에 머물던 가권지수가 1988년 5000을 돌파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1989년 주식 매매차익에 과세를 시작했다. 그에 앞서 대만 정부의 이런 정책이 발표되자 가권지수는 한 달 새 8700선에서 5600선까지 급락했다. 주가 하락과 함께 차명계좌 활용 등의 세제 회피 사례가 이어지자 대만 정부는 결국 1990년 주식 차익을 비과세로 원위치했다. 대만은 2013년에도 금투세 법안을 재차 통과시켰지만, 증시가 7% 이상 급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2016년 다시 백지화했다.
한국과 유사한 거래세 제도에서 금투세로 전환에 성공한 일본은 10년 이상의 ‘적응 기간’을 뒀다. 일본도 버블 경제로 닛케이지수가 4만에 육박한 1989년 금투세를 도입했다. 대신 사실상 거래세와 마찬가지인 원천분리과세제도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이후 1999년까지 점진적으로 거래세를 낮추고 여러 분리과세 및 세율 특례 등을 적용했다. 일본 증시는 1989년을 기점으로 추락해 2000년대엔 닛케이지수가 1만 아래로 붕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이와 별개로 금투세는 시장에 안착했다.
금투세가 국내 증시에 미칠 여파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장기적 증시 향방은 세금 제도는 물론 거시경제 여건과 시장 펀더멘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투세 시행 여부는 자본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대내외 정책 신뢰도, 건전한 장기 분산 투자의 정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투세가 투자 심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금투세는 기관(법인)과 외국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이다. 전체 주식투자자 수가 약 1424만명인 상황에서 상위 1%에 해당한다. 이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조세를 회피하거나 미국 등 주식 양도소득 과세를 시행 중인 선진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 보완’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2배 상항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안이 당내 논의 중이다. 손실이월 공제 기간도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늘리고,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소득과 인적공제 부양가족 소득요건(100만원 이하)에서 금융투자소득을 배제하는 내용도 거론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금투세 보완 패키지 6법’ 발의를 예고했다. 다만 패키지 법안에 ISA 계좌로 해외증시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자 “국내 증시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해외 투자는 장려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24일 토론회에서 금투세 찬반 논리를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당론을 결정할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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