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시니어만 뽑아요" 평균 연령 65세 IT 기업 '에버영피플'
평균 나이 65세 임직원들로 구성된 IT 회사가 있다. 현대카드와 네이버 클로바를 고객사로 둔 '에버영피플'이다. 에버영피플은 시니어를 고용해 모니터링과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다. IT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 시니어들에게 IT 관련 업무 기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키워준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한복 에버영피플 대표(60)는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자녀와 대화가 편해진 대신 친구들과 말이 잘 안 통하기 시작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울수록 시니어들이 사회와 만드는 접점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에버영피플은 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고령친화기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에버영피플 직원들은 하루 4시간씩 일하며 4대 보험을 제공받고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고객사로 출근해 모니터링과 데이터 가공, 라벨링 등의 업무를 맡는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로 출근하는 직원의 경우 종이 신청서와 전산시스템 연동해서 확인하는 카드 사후 검수 작업을, 네이버클라우드로 출근하는 직원의 경우 네이버클라우드가 운영하는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AI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에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말벗 대화를 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의 관제 업무를 맡는다.
-에버영피플을 소개해달라.
▲에버영피플은 '에버영코리아'의 자회사다. 에버영코리아는 2013년 설립돼 55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기업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2024년 현재 300여명의 시니어 직원이 서울·강원권 2개 센터에서 근무하며 네이버 거리뷰 라벨링, 온라인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거리뷰에서 찍힌 도로 사진에 개인정보가 담긴 사람 얼굴이나 번호판을 지우는 작업이다. 이걸 '블러링'이라고 한다. 네이버가 처음에는 청년들을 고용해 이 작업을 했는데, 청년들이 다른 직무를 찾아 떠나는 등 퇴사자가 너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시범사업으로 시니어기관을 통해 시니어들에게 작업을 맡기다가, 아예 법인으로 키운 거다.
다만 에버영코리아는 네이버의 업무만을 맡아서 하는 데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서버 자체를 네이버에 연결하고, 네이버의 보안 규정을 따라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에버영피플은 네이버가 아닌 고객사의 업무를 맡아서 하자는 취지로 2017년 만든 자회사다. 에버영피플 직원들은 현대카드와 네이버 클라우드 등 고객사로 직접 출퇴근한다.
-에버영피플 대표로 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그간의 이력이 궁금하다.
▲대학에서는 수학을 전공했다. 벤처기업에서 경영과 영업을 맡다가 IT기업을 거쳐 40대에 네이버에 입사했다. 콘텐츠 운영과 신사업 관련 업무를 했다. 2013년에 시니어들을 뽑아 '블러링' 프로젝트를 하는 일을 맡았고, 2014년에 에버영코리아의 현 대표인 정은성 대표가 회사를 설립할 때 세팅하는 것도 도와줬다. 이후 다시 네이버로 돌아와 농업 프로젝트를 하다가 2018년에 퇴사해 에버영피플 대표로서 합류하게 된 거다. 50대 중후반이 됐으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셜 미션을 갖고 있는데, 사회적기업인가.
▲법적으로 인증된 사회적기업은 아니다.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사회적기업으로 만들려 했지만, 인증심사에서 떨어졌다. 우리는 직원들과 연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모두가 계약직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직원의 일정 비율 이상이 정규직이어야 한다고 하더라. 우리는 무기 계약이라 정규직에 준하고, 또 직원들의 나이가 55세 이상이라서 노동법에 저촉도 받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포기했다.
다만 최근에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았다. 비콥 인증은 글로벌 ESG 평가체제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Lab(비랩)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있는 기업에 부여한다.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 '토스'가 최근 이 인증을 받아 유명해졌다.
-에버영피플은 어떤 사람들을 채용하나.
▲시험과 면접을 통해 직무에 맞는 시니어를 선발한다. 주로 디지털 역량이 있는 사람들을 뽑는다. 기본적으로는 이메일을 쓰거나 엑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남성들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여성이 더 많아졌다.
-어떤 사람들이 일하겠다고 찾아오나.
▲처음에는 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채용했다. 이런 일을 할 만한 노인들이 어디에 모여있는지 잘 몰라서 퇴직자 단체, 시니어 인력 육성 센터 같은 곳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게 입소문이 나서 점점 사람들이 몰리더라. 지금은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리고 이메일로 지원을 받는다. 한글이나 워드 파일로 이력서를 받고,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실기 시험을 거쳐 면접을 본다.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치고, 1년 단위로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를 통해 성적이 하위 20% 정도로 나오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그런 구조로 약간 조직 내 긴장감을 유지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사내 매거진도 운영한다고.
▲'에버영 웹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직원 중 일부가 인터넷에 있는 시니어 관련 기사를 모아 회사 전체에 매주 뉴스레터로 전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챗GPT는 무엇인지, 카카오톡은 왜 인공지능봇 '아숙업(AskUp)'을 탑재했는지 등 고령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많은 직원이 이 일을 하면서 자녀들과의 대화가 편해진 반면에 같은 또래 친구들과는 대화가 잘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뭔가.
▲에버영피플 직원이 현재 30명인데 앞으로 일단 300명까지는 키우고 싶다.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IT 관련 일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은퇴한 분 중에서도 일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적절한 직업 연결이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미스매칭 포인트를 잘 찾아서 연결하고 싶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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