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누구나 로맨스 꿈꿔… ‘할아버지 로맨스’도 하고파”

정진영 2024. 9. 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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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꼭 붙어있어야만 끈끈하고 애정이 깊은 걸까.

지진희는 "무진이가 그렇게 나쁜 놈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일이 잘 안 풀려서 가족에게 폐를 끼치니까 이혼당했는데, 운이 나빠 큰 실패를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며 "무진이는 가족과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11년이란 긴 세월을 버텼다.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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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X멜로’ 철부지 아빠 변무진 연기
“무진이 가족 지키려는 마음에 공감”
데뷔 25년차, ‘나만 가능한 것’ 고민
25년째 배우로 활동 중인 지진희는 여전히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술도 끊고, SNS에는 본인 얼굴만 나온 사진을 올린다. 앞으로 어떤 모습이더라도,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끌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족은 꼭 붙어있어야만 끈끈하고 애정이 깊은 걸까. 가족이란 이름에 가려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과 즐거움은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 지난 15일 종영한 ‘가족X멜로’는 전통적인 가족관에 의문을 던지고,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했다.

드라마에서 ‘사업병’ 말기의 철없는 아빠 변무진을 연기한 지진희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자극적이어야만 주목받는 요즘 시대에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이야기 안에 디테일이 있는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제겐 자연스러운 이런 요소들이 요즘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X멜로’는 자꾸만 사고를 쳐 이혼당한 남자 변무진이 11년 만에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아내 금애연(김지수)에게 ‘무지랭이’라 불렸던 무진은 사기당한 돈을 되찾기 위해 10년여를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극적으로 돈을 돌려받고 가족 앞에 돌아온다.


지진희는 “무진이가 그렇게 나쁜 놈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일이 잘 안 풀려서 가족에게 폐를 끼치니까 이혼당했는데, 운이 나빠 큰 실패를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며 “무진이는 가족과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11년이란 긴 세월을 버텼다.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결국 무진의 가족은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11년을 떨어져 지냈던 무진과 애연 역시 부부란 이름표를 다시 달기보다 서로의 ‘인생의 8회’를 함께 하며, 각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 나가기로 한다. 지진희는 이 부분이 ‘가족X멜로’의 특별한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년의 로맨스가) 지금껏 자주 보지 못한 부분이라 낯섦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딘가에서는 분명 일어나는 일이고 어른들에게도 그들만의 로맨스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요소가 어색하지 않게 잘 담긴 점이 우리 드라마가 특별하고 좋았던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진희는 멜로, 로맨스 장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장르가 멜로라고도 했다. 지진희는 “평소 일이 없고 심심할 때 ‘노팅힐’ ‘어바웃타임’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본다. 소소한 일상 속에 희로애락이 다 보이지 않나”며 “로맨스는 누구나 꿈꾸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빠나 할아버지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그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를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많이 마시던 술도 1년에 두세 번 마시는 정도로 줄인지 오래다.

25년째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그지만, 여전히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지진희는 “이 직업군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술도 끊게 됐고, SNS도 남들이 하는 것과 다르게 정직하게 내 얼굴만 올리고 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이어져 왔다”며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몰라도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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