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살해 뒤 물탱크 유기한 30대…징역 20년→15년 확정, 왜
아버지를 살해한 후 시신을 아파트 물탱크에 숨긴 30대 남성이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존속살해·시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1)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평소 아버지가 ‘많이 먹지 마라’ ‘영어단어를 외워라’ 등 자신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가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를 살해한 김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시신을 옮긴 뒤, 미리 물색해 뒀던 2m 깊이 집수정(빗물 등을 모아뒀다가 배출하는 곳)에 시신을 숨겼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20년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할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6세 무렵 자폐성장애 3급을 진단받아 장애인 등록을 한 점을 들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차례 약물치료 외에 별다른 치료 이력이 없고, 의류매장에 취업해 약 8년간 사회생활을 해왔으며,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폐쇄회로(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치밀한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지적한 김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오히려 심신미약을 인정할 만한 판단력 부족과 사회성 결여를 드러낸다고 봤다. 김씨가 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면서도 이 모습이 촬영된다는 점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점, 시신은 옮기면서도 혈흔은 그대로 남겨둔 점 등을 지적하며 “단편적인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씨가 담당한 업무는 청소, 포장, 물건정리 등 단순작업이었고 복지관 알선으로 취업하게 된 것이었다”며 이같은 이유로 장애 수준이 경미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계속 웃음을 보인 점 등도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근시안적 사고를 하는 방증이라고 봤다.
김씨 측은 상고했으나 지난달 23일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김씨는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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