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책상 사라져” 보복 갑질 여전

신고자 40% “불리한 처우 경험”
직장갑질119 “법 기준 모호한 탓”

직장인 A씨는 지난 1월 다니던 회사 대표로부터 사직서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때부터 업무 배제와 폭언 등 괴롭힘이 시작됐다. A씨는 결국 지난 4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은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A씨 회사 대표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여전히 A씨는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청 신고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측은 A씨의 책상을 복도와 창고 등으로 치워 버렸다. 과태료가 부과되자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 7월 결국 A씨를 해고했다.

A씨의 사례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가량이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응답자의 40%는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신고자들이 보복 갑질을 당한다는 사실은 직장갑질119의 이메일 상담 내역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1~8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괴롭힘 관련 상담 이메일 824건 중 회사에 신고된 것은 308건이었다. 이 가운데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상담이 68건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당국의 보수적인 판단과 회사나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을 보복 갑질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접수된 사건 가운데 검찰 송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법에 명시된 ‘불리한 처우’의 기준이 모호한 것이 소극적인 처벌의 배경으로 꼽힌다. 장재원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의 ‘불리한 처우’ 유형을 구체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엄중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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