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촉법소년을 위하여

김상기 2024. 9. 1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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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식이 귀해서인가.

사랑이 지나치자 문제 아이들이 생겨났다.

금처럼 아주 귀한 아이라는 뜻의 '금쪽이'는 이제 넘치는 사랑에 비뚤어지다 못해 패륜을 저지르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런 아이들의 존재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악행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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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요즘 자식이 귀해서인가. 사랑이 지나치자 문제 아이들이 생겨났다. 금처럼 아주 귀한 아이라는 뜻의 ‘금쪽이’는 이제 넘치는 사랑에 비뚤어지다 못해 패륜을 저지르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버릇없고 개념을 상실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존재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악행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 와중에 버릇없는 개들 또한 속출하고 있다. 다른 개는 물론 사람을 향해 짖고 달려든다. 보호자들은 그런데도 ‘아이고 우리 아가’라며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는 사람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이런 막가는 개들을 ‘댕쪽이’라고 부른다.

유튜브에서 ‘댕쪽이상담소’가 인기다. 채널 주인인 김태우 훈련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버릇없고 사나운 개를 온순한 개로 훈육한다. 그 쇼츠 영상들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개를 학대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네티즌들은 ‘어둠의 개통령’이 ‘사이다 참교육’을 한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의 훈련 철학은 간단하다. ‘오냐 오냐’ 하는 보호자의 넘치는 사랑이야말로 진짜 학대라는 것이다. 무제한의 이해와 포용은 반려견의 행동을 망치고 결국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단호한 훈육과 교육이 반려견과 보호자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게 날카롭게 짖어대는 개의 옆구리를 가차 없이 쳐낸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대형견은 단호하게 막아서고,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달려드는 개는 목줄로 낚아채 제압한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호된 훈육에 개들은 깜짝 놀라는데, 몇 번 저항하다 금세 순응한다. 그제야 김 훈련사는 말한다. “반려견을 사랑한다면 다신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처음부터 길들이셔야 합니다. 그게 가장 빠르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최근 대구 남부 대명동 동네 상권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벌인 사건을 두고 인터넷이 시끄럽다. 상점의 어린 여성 점원을 위협하던 그들은 이를 제지하던 카페 사장에게 앙심을 품고 카페를 찾아가 시비를 걸고 사장에게 발길질하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청소년들은 이후에도 카페 사장을 위협하고 영업을 방해하는 등 행패를 부렸는데, 경찰은 오히려 이들을 토닥이고 달랬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특히 그 문제아들이 중학생이던 3~4년 전부터 골목에서 못된 짓을 일삼았는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결국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고 한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범죄 통계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그 수가 6만5987명이나 된다. 지난해(1만9654명)엔 2019년(8615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절도·폭력, 강간·추행,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요즘 부각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에는 70% 이상이 10대라는 조사도 있다.

댕쪽이상담소의 영상에는 ‘우리 촉법 금쪽이들도 이렇게 혼내주자’는 댓글이 쏟아지지만 그렇다고해서 금쪽이들을 호되게 폭력적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을 타고 형사미성년자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도,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들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내세웠다. 하지만 처벌 강화의 실효성을 두고 이견에 부닥쳐 구체적인 입법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장 연령 하향이 어렵다면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처벌의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안 등을 고려해 볼 법하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안 처벌’은 더더욱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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