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소부장’ 대표 기업이 사모펀드 먹잇감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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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 타깃이 됐다.
대기업 경영권 다툼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사모펀드 '기업사냥'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에 정·재계 및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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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 핵심 기술·인력 유출 우려
국민연금 운용사의 위험한 머니게임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 타깃이 됐다. 영풍그룹의 두 창업주 집안은 각각 ㈜영풍과 고려아연을 경영하며 동업관계를 이어오다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이 월등히 앞서자 재작년부터 갈등을 겪었는데, MBK파트너스가 돌연 분쟁에 끼어들어 ㈜영풍 편에 서서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이다. 지난주 2조원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전격 선언하면서 전면전 상황에 돌입했다.
대기업 경영권 다툼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사모펀드 ‘기업사냥’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에 정·재계 및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려아연의 사업 기반이 있는 울산 시장과 시의회는 추석 연휴 잇따라 성명을 내 적대적 인수합병 반대운동을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 등 중앙 정치권도 “기간산업 핵심 기업”을 사냥감으로 삼은 사모펀드를 비판하고 나섰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아연을 비롯해 각종 전략산업의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특수성, 일본이 무역전쟁 타깃으로 삼았을 만큼 척박한 한국 소재 산업에서 50년간 기술력을 다지며 버팀목 역할을 해온 상징성, 특히 정부와 2차 전지 업계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구축한 ‘배터리 얼라이언스’의 소재 부문 주축 기업이란 입지가 일거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의 향방은 LG화학 현대차 등 다수 협업 기업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재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웠다.
홈플러스를 비롯해 인수한 기업마다 과도한 구조조정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MBK파트너스의 전력이 우려를 증폭시켰는데, 이번엔 중국 자본이 배경에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모펀드가 으레 그리하듯 인수 후 해외 매각에 나서서 만약 중국 기업이 가져간다면, 2차 전지 경쟁상대에게 핵심 기술과 인력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셈이 된다.
정부가 소부장 산업 육성을 다짐해온 상황에서 대표적 소재 기업이 사모펀드 머니게임에 놀아난다면 소부장의 미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업체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맡긴 곳에서 이런 기업사냥을 일삼는 현실,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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