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기업도 국내에서 번 만큼은 세금 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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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조 이상 외국 기업의 작년 평균 법인세 141억
외국인 투자 살리되 조세주권 지킬 균형점 찾아야
2022년 국내에서 7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애플은 지난해 한국에 법인세 502억원을 냈다. 매출의 0.7%다. 같은 기간 한국 매출 1조6000억원의 소니는 67억원(0.4%)을 냈다. 국내에서 7조5000억원 매출의 벤츠코리아는 911억원(1.2%), 5조7000억원의 BMW는 662억원(1.1%)의 세금을 냈다. 9900억원 매출의 한국맥도날드와 2조원 매출의 나이키코리아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중앙일보가 오늘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금을 낸 기업 가운데 매출 5조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 평균 부담액이 내국 법인은 2639억원이지만 외국 법인은 141억원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절세 신공’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합리적 절세를 넘어 적극적 조세회피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다국적 기업의 과도한 절세 내지 적극적 조세회피는 어제오늘의 일도,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가격인 매출원가를 올려 잡거나 본사 로열티를 과다 계상하고 본사에 고배당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이익을 줄여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초국가적 조세포탈 방지 협약인 글로벌 최저한세를 만든 것도 다국적 기업의 과도한 절세를 막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매출 1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15%의 최저한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모기업이 본국에서 차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한다. 한국은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각국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조세 경쟁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당초 의도대로 굴러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국이 글로벌 최저한세의 허점을 이용해 세액공제나 현금 보조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내 경제를 살리는 외국인 투자의 장점은 살리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맞게 우리의 조세 주권도 확립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다. 다국적 기업 등의 자료제출 거부와 같은 조사 방해행위를 막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도입하기로 한 최근 국세청 결정은 늦었지만 옳다. 과세당국은 세원 관리를 위해 외국 기업의 연락사무소 현황 명세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지난해 제출률은 45%에 불과했다.
다국적 기업의 투자지 결정에는 낮은 세금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시장의 크기, 입지 비용, 좋은 협력기업, 합리적인 규제 등도 영향을 미친다. 주 52시간제 보완 등 노동개혁과 입지 규제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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