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팀장님, 피드백 미팅이 두려운가요
“제가 왜 커뮤니케이션 항목에서 C를 받은 거죠? 저랑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모두 저를 좋아합니다. 직접 물어보세요.” “저는 팀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협업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하시는 거죠?”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을이지만 곧 10월이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리더와 팀원, 모두가 평가 시즌을 어려워하지만 피드백 미팅을 준비해야 하는 팀장의 마음은 더 무겁다. 팀장 입장에서는 평가 및 피드백을 위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도출해야 하며, 팀원과 결과를 소통하는 방법도 고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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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인사평가 시즌 맞아
평가 위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
평소 세심한 관찰·묘사 준비를
」
팀원과의 피드백 미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원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수치화가 가능한 정량적 데이터는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비교적 객관성을 갖고 있으므로 팀장으로서 설명하기도 쉬운 편이다. 하지만 평가는 정량적 성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정성적 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역량, 협업 마인드 등 조직이 중요하다고 규정한 가치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위해서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정성적 지표를 어떻게 수치화하고, 구체화할 것인가 고심하는 조직의 리더들에게 조성익 홍익대 교수의 경험과 조언을 권한다. 조 교수는 30년 동안 자신이 방문했던 공간에 대한 일기, 『건축가의 공간 일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어떤 공간이 마음에 든다면 왜 마음에 드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감각을 일깨우고 관점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공간이 마음에 든다면 그냥 ‘좋다’고만 하지 말고, 왜 좋게 느끼는지 이유를 알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천장이 낮아서 아늑하게 느껴지니까 좋아하는구나, 아늑함이란 소리의 울림이 결정하는구나. 이유를 알면 공간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이 생기고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공간이 좋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글이나 말, 그림으로 묘사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교수는 자신이 공간에 대해 손으로 스케치하고 글로 묘사하는 동안 뇌의 속도가 손의 속도만큼 느려져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기억도 더 잘 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것을 ‘생각의 지연’이라고 불렀다.
사람에 대한 관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팀장이 ‘생각의 지연’을 통해 팀원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팀장이 ‘A 팀원은 잘한다’ ‘B 팀원은 뭔가 부족하다’고 간단히 규정해버리면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기 어렵다. 팀원에 대해 단정을 내리기 전에 묘사를 먼저 해보는 것이 어떨까.
A 팀원은 회의할 때 꼼꼼하게 기록하고, 그 기록을 관련 팀원들과 공유하고, 작업 프로세스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의 진척상황을 수시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B 팀원은 항상 회의 시간에 빠듯하게 참석하고, 어젠다를 숙지하지 않고 있어서 엉뚱한 질문을 자주 한다. C 팀원은 팀 성과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반면 자기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동료들에게 강하게 주장한다. 팀원에 대한 묘사가 쌓이면 데이터가 된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는 팀원에 대한 평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데이터가 풍부할수록 더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팀장이 가져야 할 필터는 조직의 핵심가치다. 조직이 제시한 중요 기준으로 팀원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장의 마인드다. 팀원에 대한 관심과 그의 성장을 돕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분석할 때 좋은 피드백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한 팀장은 평가 시즌이 다가올수록 괴로워진다. 피드백 미팅을 주도적으로 끌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설명을 제대로 못 한 채 ‘평가는 객관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상대평가라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내세우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리더들은 ‘묘사’를 시작해보시길.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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