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의 과학 산책] 삶을 불태운 열 사랑, 푸리에
금융시장에서 주식 옵션의 가격을 계산하는 중요한 도구가 ‘블랙-숄즈 모형’이다. 이 모형은 1973년에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가 고안한 방정식으로, 1997년 숄즈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겼다.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흔히 열의 확산 과정을 모델링한 ‘열 방정식’의 해법을 이용한다. 그 해법의 주인공이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1768~1830·사진)다.
푸리에는 일찍이 26살에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수학 교수가 되었으나, 29살 되던 해에 나폴레옹의 눈에 띄어 과학 참모로 이집트 원정에 동행했다. 3년 뒤인 1801년 파리로 돌아와서는 학교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나폴레옹은 그를 그르노블 지역의 지사로 발령을 냈다.
수학에 목말랐던 푸리에는 그르노블에서 열 확산 문제에 깊이 빠져든다. 당시는 산업혁명 시기로 열기관이 등장하면서 열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았다. 마침내 1807년, 그는 ‘푸리에 급수’로 불리는 비범한 착상으로 열 방정식을 푸는 데 성공한다. 즉시 논문을 과학한림원에 제출했으나 논문의 게재가 거절되었다. 엄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4년 뒤 수정본을 다시 제출했으나 이번에도 게재가 거절되었다. 덧없이 11년이 흐른 후 푸리에는 자비로 논문을 출간했다. 그 논문이 바로 위대한 고전 『열의 해석적 이론』이다. 푸리에 이론은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오늘날 그의 열 확산 이론은 과학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사용된다.
푸리에의 열 사랑은 뜨거웠다. 그는 6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는데, 사망 원인이 심장병이었다. 그는 이집트에서의 경험과 열에 관한 연구로부터 사막의 열이 건강에 좋다는 확신을 가진 후, 여름에도 뜨겁게 불을 땐 방에서 지내다가 심장병을 얻었다. 물론 열 방정식에 대한 그의 집념도 한몫했을 것이다. 푸리에는 열 때문에 죽었지만, 또 그 열 때문에 영원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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