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란은 없었지만…한동훈 중재에도 협의체 공회전

이창훈, 문상혁 2024. 9.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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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추석 연휴에도 구체적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2주째 공회전하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연휴 기간 의료계 인사를 개별적으로 만나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더 위험해진다. 대화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와 야당을 향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추석 연휴에 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의사협회 등 15개 의사 단체 관계자를 만나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선 “이대로 가면 모두가 지게 될 것”이라며 “협의체 참여에 조건을 걸지 않겠다”고 했다.

협의체 출범에 사활을 건 한 대표는 전공의 설득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3일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두고서 “사법대응에 신중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한다”고 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 중에서 30%가량은 이미 일선 병원에 취업했고, 전공의 입장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뿐 아니라 한 대표가 개별 전공의도 비공개로 만나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불안부터 의료개혁의 방향, 복귀 의사까지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한 번의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동훈 당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해 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여당의 중재 노력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 내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얼마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추석 연휴 응급 상황에 대해선 “의료진의 헌신으로 응급 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며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추석 연휴 응급의료 대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가 지난해 대비 600개 늘고, 응급실 방문 환자 수는 20% 줄면서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선 “복귀 전공의·교수 등의 리스트를 유포하거나 공개 비방한 43건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난 13일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정부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의료 현장 상황과 관련해선 “추석 때 큰 문제없이 넘어간다고 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연휴 이후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를 두고 오락가락하던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행태를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조승래 수석대변인), “국민은 의료공백 공포 속에 연휴 기간 전전긍긍했다”(강유정 원내대변인)고 지적했다.

그사이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 국민의힘 지지도는 28%로 둘 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여권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창훈·문상혁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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