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료진에 욕설·폭행·협박하면 진료 못 받는다

이에스더 2024. 9.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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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성. 이런 경우 진료 거부가 가능해졌다. [중앙포토]

응급실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지난 13일 지자체와 의료인 단체 등에 보냈다. 정부가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환자·보호자에 대한 진료 거부 지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응급의료법 제6조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이번 지침은 이런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경우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는 경우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해 모욕죄·명예훼손죄·폭행죄·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해,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등이다.

이에 따라 응급실에서 환자·보호자가 의사나 간호사를 폭행하거나 욕설·협박하면 의료진은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통신·전력 마비, 화재·붕괴 등 재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 ▶응급의료 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 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춰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인의 치료 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해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 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등이다.

의료계에선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지침이 마련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금도 만취자가 수액을 놔달라며 응급실에 드러눕고, 경증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를 향해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나부터 안 봐주냐’며 욕설을 한다”고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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