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표심은 이시바 1위, 의원들 지지는 고이즈미 1위
일본 자민당은 오는 27일 총재선거를 치른다. 내각제인 일본은 제1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자민당이 제1당이다. 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자민당 총재)는 이번 총재 선거에 불출마했고, 역대 가장 많은 9명이 입후보했다.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61)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요코(71) 외무상,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68) 전 관방장관이다.
1차 투표 의원 367표, 당원 367표 합산
현재 구도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삼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4~15일 자민당 당원과 당우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시바(26%)에 이어 다카이치(25%)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고이즈미는 16%로 3위였다.
선거의 향배를 가를 의원들의 표심은 조금 달랐다. 18일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67명의 지지 동향을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를 지지하는 의원이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거 아베파의 젊은 의원들이 지지하는 고바야시 는 4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시바와 다카이치는 각 30명이었다. 신문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을 후보가 없어 2차 투표(결선)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1차 투표에선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 367표를 합산해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에선 국회의원 367표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의 지방표 47표를 합쳐 결과를 낸다. 의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현재로선 부동표가 많다는 게 변수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조사결과 등을 종합하면 약 80~90여명의 의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또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주요 파벌이 해체됐지만, 여전히 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자 주인공’이 존재한다. 일본 정계에서 ‘킹 메이커’로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75) 전 총리와 아소 다로(83) 자민당 부총재다. 오랜 기간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견원지간으로도 불리는 두 전직 총리의 행보도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다.
스가 전 총리는 지난 8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지원유세에 나섰다. 스가는 ‘결착(決着)’이란 고이즈미의 선거 슬로건이 적힌 유세차에 올라 지지 의사를 처음 공개 표명했다. 스가는 자신과 같은 가나가와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고이즈미의 정치적 후견인이다. 평소 고이즈미가 무계파로 일관해 온 점과 정치 개혁 의지 등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간의 신뢰는 매우 두텁다. 일례로 고이즈미가 2019년 방송인 다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에 앞서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 스가였다. 당시 고이즈미는 다키가와와 함께 총리 관저를 방문해 관방장관이던 스가에게 먼저 정식으로 결혼을 알렸다. 아베 총리보다 먼저였다.
다른 일화도 있다. 2021년 총리 재임 당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스가가 총재선거 재출마를 놓고 고심할 때, 고이즈미는 나흘 연속 총리 관저를 찾아갔다. 결국 스가는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당일 고이즈미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스가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권했다고 밝히면서 “(그간 나눴던 말들이) 많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총재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후보가 당선되면서 스가와 고이즈미는 비주류파의 길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3년 만에 열린 이번 총재선거에서 스가의 절치부심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특히 고이즈미를 총재로 추천한 20명의 의원 명단에선 스가의 의지가 묻어 난다. 특정 계파에 소속하지 않은 무파벌 의원이 14명이나 되는데, 이 중 10명이 스가와 가깝다. 이미 온라인에선 ‘고이즈미의 뒤에 늘 스가가 있다’는 뜻으로 ‘스가지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가는 고이즈미, 아소는 고노 지지
아소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제2차 아베 정권(2012~2020년) 이래 장기간 ‘킹메이커’로 군림해온 아소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아소는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당 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파벌(아소파)을 이끌고 있다. 이번 총재선거에서도 자신의 파벌 소속인 고노 다로 디지털상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노의 지지율은 4~6%대에 그치고 있다. 현재로선 고노의 결선 진출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두 거물의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아소 입장에선 스가가 미는 고이즈미는 물론, 당원을 포함해 세간의 지지율이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밀기도 쉽지 않다. 아소와 이시바는 구원(舊怨)이 있다. 2009년 아소가 총리 재임 당시 농림수산상이었던 이시바가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아소는 퇴진 대신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택했다. 결국 자민당은 선거에 대패하고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줬다.
도쿄=오누키 도모코·정원석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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