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려와 달리 큰 혼란 없었다" 의료계 "명절 이후 더 걱정"

문상혁, 김지선 2024. 9.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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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의료 상황과 관련 “우려와 달리 큰 혼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지난해 대비 600개 늘고, 응급실 방문 환자 수는 20% 줄면서다. 추석 응급실 대란 우려를 넘기면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심지 굳게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명절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연휴 기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의료공백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시민의식을 꼽았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께서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주신 결과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일평균 9871개소다. 지난해 추석 기간 문 연 의료기관 수보다 약 95% 많다. 올해 설 연휴 기간(3666개소)과 비교하면 167% 많은 수치다.

전국 411곳의 응급실 중 3곳을 제외한 408곳이 연휴 기간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15일에는 주간만 운영됐고, 16일부터는 24시간 운영 중이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추석 연휴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올 추석 눈에 띄는 변화는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올해 추석 연휴엔 하루 평균 1만6157명의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이는 작년 추석(2만6003명), 올해 설(2만3647명)보다 30% 이상 줄어든 숫자다. 조 장관은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총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9911명, 올해 설 3만6996명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며 “추석 연휴 기간 국민 여러분의 협조로 응급실은 평소보다 적은 의료 인력으로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도착한 구급차에서 환자 보호자가 다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연휴 기간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선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도 있었던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의료개혁은 그동안 누적되어 온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복지부 브리핑이 끝난 후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추석 연휴 기간 일부의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실제로 가슴 철렁한 순간도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큰 사고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장차 이런 일이 모두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방문해 구급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문제가 의료개혁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수십 년 동안 개혁의 비용이 두려워 모두가 미룬 결과 국민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구급차 분만 같은 괴로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괴롭더라도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고위험 산모를 태운 앰뷸런스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통씩 전화를 돌렸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추석 명절 이후가 더 걱정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추석 때 큰 문제 없이 넘어간다 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라면서 “오랜 격무로 소진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근무 여건이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연휴 이후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실 인력 부족에 따른 진료 축소 등은 계속되고 있다. 17일 기준 중증진료를 다루는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수는 1865명으로, 지난해 4분기 2300명에 비해 약 400명 감소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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