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가, 한국 입시 앞에서는 무너졌다
[이순영 기자]
▲ 월드 클래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한국의 한 유튜브 채널에서 입시를 앞둔 수험생으로 참가해 혹평을 받다. |
ⓒ 레이첸 |
레이 첸은 2017년 포브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의 아시안 30인으로 선정, 에후디 메뉴인 콩쿠르 우승,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이다.
2021년 미국 미시간에서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오케스트라 공연이 처음으로 재개되던 날 레이 첸은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협연을 했다. 연주가 끝났는데도 관중들이 계속해서 기립하고 박수를 쳐서 두 번이나 무대에 소환되어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가 세 번째 나왔을 때는 관객의 호응에 보답하듯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
▲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중인 레이 첸 팬데믹 종료 후 첫 공연으로 미국 미시간에서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레이 첸 |
ⓒ 이순영 |
▲ 몰래 카메라 실험에 참가 중인 레이 첸 한국의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몰래 카메라 실험에 참가한 레이 첸 |
ⓒ 또모TOWMOO |
그리고 레이 첸의 마지막 연주는 그의 실력을 십분 발휘한 것이었다. 제작진은 그가 연주를 하는 중에 커튼을 열고 심사위원들에게 그를 공개했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은 당황해했다. 누구라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답이었다. 물론 입시에서 주어진 규칙에 순응하며 정석 대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생들을 뽑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입시 체제가 보편적이고도 단일화된 기준이 강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이해하고 넘기기엔 문제가 많이 보인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월드 클래스의 예술가가 나올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입시가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수험생의 실력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실력을 갖춘 인재를 제대로 가려낼 수 없는 것이라면 이는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국의 입시 현장을 직접 경험한 레이 첸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 심사위원들을 향해 이 모든 의견들을 다 중요하고 맞는 말이라고 존중을 하면서도 학생과 전문가의 차이점에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전문가는 모든 규칙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며 이를 어떻게 응용하고 자신에게 맞게 표현하느냐, 또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를 허락해주는 것이라고 소신 있게 설명했다.
예술가는 평가의 기준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게 되며 곡에 대한 자기만의 방식, 해석, 개성을 마음껏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조차 전문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연주하면 떨어진다'는 조언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입시 예술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천재들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사회는 실패한 사회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개개인의 개성을 말살하는 것은 독재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렇다면 좋은 사회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개개인의 개성을 장려하고 육성하여 개개인이 자신의 본성을 최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사회다.
한국의 대학이 학생들의 개성은 물론 그들의 천재적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이를 알아보고 키워나가도록 돕는 방향 또한 모색한다면 우리 사회 또한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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