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미 몸값 높이기'…푸틴 측근 만나고 최선희 러 보냈다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러가 고위급 교류를 통해 공개 밀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 공개 등도 러시아를 등에 업은 ‘대미 몸값 높이기’라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두 장관이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에 따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최선희가 18~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제4회 유라시아 여성포럼과 제1회 브릭스 여성포럼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최선희가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 주도 국제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김정은, 푸틴 최측근 만나 "상호 안전 이익 수호"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 동지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쇼이구 동지와 만나 상호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협동을 강화해 나가는 문제 등에 대해 만족스러운 견해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 6월 수뇌 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에 맞게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해갈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 정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담은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국빈 방문 때 양국 지도자들이 서명한 양자 조약의 조항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쇼이구의 방북 결과에 대해 북·러 모두 유사시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개입 근거를 마련한 새 조약에 대해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내달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차 11기 회의에서 새 북·러 조약을 비준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어서다.
北 괴물 TEL, 농축우라늄 시설 잇따라 공개
특히 HEU 제조 시설은 북·미 간 제네바 합의(1994년)가 무산된 배경이자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엎어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북한이 이를 버젓이 공개한 건 다분히 관심 끌기 성격이 크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12축 TEL의 경우 ICBM 신형의 실물을 직접 공개한 건 아니란 점에서 ‘능력 과시’만 하되 수위 조절을 하려는 의도일 수는 있다.
이와 관련 제이비어 T. 브런슨 신임 한·미 연합사령관 지명자는 17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탄두 장착 ICBM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미국이나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이 한반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에 대한 김정은의 자신감이 커지면서 이를 믿고 더 위험한 재래식 군사 옵션을 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고강도 도발 카드 들고 타이밍 노리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정치· 외교적 카드에 방점이 있다고 보는 기류다. 다만 핵실험은 중·러도 북한을 마냥 감쌀 수는 없는 고강도 도발이다. 김정은으로서는 푸틴과의 관계에서도 균열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김정은은 미 대선 양당 정강 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대목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참에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핵 능력을 계속 과시하되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도발 수위를 조절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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