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2위 합쳐 '초대형 조선소' 추진…K조선은 일할 사람이 없다 [기로에 선 K조선]
중국 1, 2위 국영조선소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중국 정부가 '조선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수주를 독식하고 있는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최근엔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 국내 조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은 중국 1위 국영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이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합병으로 만들어지는 신설 국영 조선사는 수주 잔량 기준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 위원(약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경영진을 간소화하고 수주 경쟁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10년 동안 '조선 굴기' 나선 중국
현재 중국 조선 업계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은 3322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중국은 전체 발주량의 66.1%인 2197만CGT를 수주했지만 한국은 21.5%인 715만CGT 수주에 그쳤다. 2002년만 하더라도 점유율이 8%에 불과했던 중국의 선박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50%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 기술 및 설비 투자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3년 치 일감 쌓였지만 일 할 사람이 없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와는 달리 국내 조선업계는 고민이 깊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3년 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업계가 비싼 배를 선별 수주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배를 만들 수 있는 숙련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주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은 대부분 기간제·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대부분 짧은 기간 교육을 받고 생산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숙련공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소를 떠난 숙련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시기에 조선소를 대거 떠났다. 현재 조선업계가 이들 인력을 다시 불러오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상당수는 원전이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에 대한 배신감으로 선뜻 복귀에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인력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 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부터는 약 13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친환경 선박에서 해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좁혀진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해선 친환경 선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으나 아직은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력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글로벌 선사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라며 “기술력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더 확대해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 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내 조선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액화 수소 운반선, 자율운항 선박 플랫폼 등 '10대 플래그쉽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난 7월 발표한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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