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유인에 자제력 발휘 중"…이스라엘, 전쟁 목표 확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 이스라엘에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핵합의 복원과 관련해 미국과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전쟁 목표’를 확대했다.
16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한 일과 이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을 시도한 것은 우리를 지역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자제해왔지만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방법으로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7월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찾았던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하자 보복을 공언했으나 직접 실행하진 않았다. 대신 이란의 대리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공방을 이어왔다.
페제시키안, 미국 방문해 유엔 총회 참석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그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이 이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다면 (미국과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되돌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대선 때 서방과 협상으로 제재를 풀어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전날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예멘에 그런 미사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티가 발사한 종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우리 시대(자신의 취임 후)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해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전쟁목표 확대…국방장관 경질 저울질?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전쟁 목표를 갱신했다. 1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안보 내각이 레바논 국경 근처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공식 전쟁 목표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와의 타격전으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역 주민 수만 명이 피난을 떠났는데 이들을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하마스 제거 등이 목표였던 이스라엘의 공식 전쟁 목표가 확대된 셈이다.
이와 발맞춰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매파인 기드온 사르 전 법무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갈란트는 그간 인질·휴전 협상을 추진하며 네타냐후와 갈등을 빚어왔고 사르는 하마스와의 협상에 비판적이었다.
이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폭발했다. 이스라엘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가자전쟁 휴전 협상도 당분간 동력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는 16일 하마스 웹사이트에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에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데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올렸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15일 새벽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해 공습 경보가 울렸다. 이후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에 맞아 파편이 공터에 떨어졌다.
후티 측은 “‘10월 7일 작전’(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1주년을 앞두고 앞으로 몇 주간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멀쩡했던 노인 소변줄 차고 묶인다, 입원 한달 뒤 닥칠 일 | 중앙일보
- "논 맡겼더니 3500만원"…문경 농민들 '깜짝 추석 보너스' 무슨일 | 중앙일보
- 부모님 돌아가셔도 폰 해지 마라…전문가들의 '장례 조언' | 중앙일보
- "사망? 허위사실"…'폐섬유증' 유열, 10개월 만에 밝힌 근황 | 중앙일보
- 박세리 '선글라스 파업' 보라…안세영 이기심 이유가 있다 | 중앙일보
- 온천 중 결국 쓰러졌다…축구선수도 못 버틴다는 이 나라 [10년째 신혼여행] | 중앙일보
- 홍콩 배우 쉬사오창 별세…30세 연하 아내도 장례중 숨져 | 중앙일보
- "아저씨만 마신다고?"…고급화했더니 MZ 사이서 불티난 술 | 중앙일보
- 50~60대 피부도 늦지 않았다, 선블록 만큼 중요한 '이것' [노화 늦추기⑤] | 중앙일보
- 그 비둘기는 핵시설 서성였다…007 뺨치는 '비밀 첩보원'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