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녹병 내성에 수명 2배…본고장 日에 국산 국화 역수출한 비결
“무더위 속에서도 잘 자라주고, 백화 본고장인 일본에 수출까지 됐습니다.” 지난 11일 부산시 강서구 부경원예농협 선별 작업장에서 손수 재배한 국화 백강(白强)을 포장하던 농민이 “기특한 꽃이니 잘 포장해 보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9월인데도 기온이 30도를 웃돈 이날 작업자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야 했다.
흰녹병 이긴다… 국내 육성 백강, ‘본고장’ 日에 19만송이
18일 부산경남원예농협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부경백강수출작목반은 일본에 백강 국화 19만740송이를 수출했다. 작목반은 부산과 경남 12개 농가로 이뤄졌다. 국화 최대 산지인 부산ㆍ경남에서 일부 농가가 개별로 일본에 수출한 적은 있지만, 이들 농가가 작목반을 꾸려 일본에 백강을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화 원산지 일본에선 매년 8월 오봉절과 9월 추분절엔 특히 수요가 많은데, 올해는 폭염으로 일본 국화 작황이 나쁜 ‘덕’을 봤다는 게 부경원예농협 설명이다. 100일가량 길러 꽃봉오리가 피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하는 국화는 배편으로 부산항을 출항해 동경을 거친 뒤 내륙으로 유통된다.
부경원예농협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일본에서 우리 국화를 찾았는데 선별 작업장 화재로 불가능했다”며 “한 송이 거래 가격은 보통 1000원이다. 이 가운데 물류비 등을 공제하면 약 70%가 농가에 돌아간다. 올해는 수출에 성공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백강 품종은 2015년 농촌진흥청이 육성했다. 분화ㆍ생장 때 적정기온이 20~22도인 ‘백선’ 등 기존 품종과 달리 백강은 13~18도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백강은 국화 잎에 수포 형태의 누런 얼룩이 져 상품가치를 크게 떨어트리는 ‘흰녹병’에도 내성이 있고, 수명도 최장 4주로 다른 품종보다 두배가량 길어 상품 경쟁력이 높다. 백강(白强)이라는 이름도 이런 강인한 성질을 반영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최대 산지 부산ㆍ경남서 백강 재배 활기
2021년 부산농업기술센터는 전국에서 국화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부산ㆍ경남에 백강을 들여왔다. 센터에 따르면 전국 국화 재배면적 231.4㏊ 중 부산이 64.8㏊로 최대 규모이며, 경남도 48.4㏊에 달한다. 그간 센터는 흰녹병 저항성과 긴 수명 등 백강의 장점을 알리는 교육 등을 해왔다. 앞서 국화 농가는 대부분 일본 품종인 백선을 재배했지만, 백강을 기르는 농가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부산농업기술센터 양보경 주무관은 “백강 재배 선도농가와 협의해 이들 농장에 센서를 달고, 온ㆍ습도 관리 등 재배 환경 데이터를 쌓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실제 농가의 노하우를 반영해 매뉴얼을 작성하면 백강을 재배하는 후발 주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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