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중 결국 쓰러졌다…축구선수도 못 버틴다는 이 나라 [10년째 신혼여행]
10년째 신혼여행⑰볼리비아
아내의 여행
건기에 도착해 반쯤 포기하고 있던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한국인이 유독 많이 찾는다는 투어 회사 가이드는 이정표도 없는 사막 위에서 길을 찾아 물이 고인 장소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가이드의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사막인지 모를 새하얀 소금 사막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었다.
우유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별이 쏟아질 듯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사실 여행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양말을 세 겹이나 신었는데도 추위가 살 속 깊이 파고들었다. 추위를 잊고자 대기하던 차 안에서 우리는 와인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취기 때문인지 그날 나는 별 아래에 서서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이 이처럼 신비로울까. 그곳은 사납도록 차가우면서, 황량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소금 행성이었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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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행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La Paz)는 한마디로 숨이 턱 막히는 도시였다. “라파스에서 열리는 축구 국가대항전은 보나 마나 볼리비아의 승리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여러 번 들었는데, 실체는 더 어마어마했다. 경사면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스키장 슬로프처럼 가파른 도로가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었다. 그런 위태로운 길옆으로 광장이 있었는데, 노동자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고원에 살면서도 이렇게 힘껏 목소리를 내지를 수 있다니, 폐활량이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데스 산맥 해발 3810m 지점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Lago Titicaca)도 갔다. 배가 다니는 호수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장소다. 이곳에서는 양말 한 짝만 갈아 신는 것도 일이었다. 산소가 부족해서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숨에 부칠 정도였다. 고산 증세인 두통까지 달라붙었다. 우리는 평온한 호수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 인근의 시장에 갔다. 호수에서 그날 잡은 송어를 레몬즙에 절여 물회처럼 먹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세비체(Ceviche)라는 요리였다. 볼리비아 음식은 차림새가 투박한 편이지만, 막상 입에 넣게 되면 감칠맛이 대단해서 계속 먹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내 취향에는 한국의 내장탕과 똑 닮은 랑가랑가(Ranga Ranga)라는 음식이었다(한국 돈으로 약 8000원).
평균 고도 400m의 도시 산타크루즈(Santa Cruz de la Sierra)에 도착하니 우유니의 혹한과 티티카카의 고산증이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대신 열대우림의 습도와 더위에 애지중지 들고 다니던 전기장판이 다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볼리비아를 떠나기 전,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권태를 운운하며 체력에 맞지 않는 여행을 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우리가 왜 한 달 살기를 시작했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동비와 숙박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하듯 관광지를 스쳐 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이곳저곳 이동하기엔 체력이 턱없이 부족해서였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의 체력은 고산과 추위를 그리고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여행을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여행의 권태가 볼리비아 배낭여행을 시작하게 했지만 결국 그 끝에는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 볼리비아 한 달 여행
「 비행시간 : 24시간 이상(페루나 브라질로 입국 후 육로로 이동, 볼리비아 비자 필요)
날씨 : 우유니 소금사막이 목적이라면 겨울(6~8월)은 피할 것!
언어 : 스페인어
물가 : 남미에서 가장 저렴한 편으로 장기 여행자가 많음
」
■ 여행작가 부부 김은덕, 백종민
「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작가 부부이자 유튜버 부부.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고, 그 경험의 조각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마흔여섯 번의 한 달 살기 후 그 노하우를 담은 책 『여행 말고 한달살기』를 출간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한다면 왜』 『없어도 괜찮아』 『출근하지 않아도 단단한 하루를 보낸다』 등이 있다. 현재 미니멀 라이프 유튜브 ‘띵끄띵스’를 운영하며 ‘사지 않고 비우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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