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각 증권금융 사장 “유동성 공급 확대…시장 1차 방어선 구축 총력”
자본시장 위기 발생시 안전판 역할 가장 중요
외국환 예금 운용 규모 확대…글로벌 역량 확충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증권사 유동성 자금 적시 공급을 주요 사업 목표로 제시하며 시장 위기 시 자본시장에서 ‘1차 방어선’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과 함께 외국환 예금 운용 역량을 키워 증권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지원하는 등 시장이 성장하는데 마중물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정각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중식당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본시장 위기가 오게 되면 여러 기관들이 동원이 되고 대응을 해 나가겠으나 증권금융이 자본시장에서 1차 방어선을 맡는다”며 “그런 취지에서 유동성 자금 공급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월 중순 취임한 김정각 사장의 취임 100일을 맞아 향후 회사의 주요 사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사업 계획으로 ▲시장 안전판 역할 강화 ▲글로벌 역량 확충 ▲디지털 전환 대응을 제시했다.
우선 김 사장은 평시와 위기 시 자본시장의 자금 수요에 맞춰 유동성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올해 증권사에 대한 평시 유동성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15.85%(4조2000억원) 늘린 30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실질적인 자금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증권사 요구에 맞춰 만기·금리를 다변화하고 담보 부족시 담보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자금 부족 상황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또 증권사 유동성 위기 시 지원될 ‘3조원+알파(α)’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매입 프로그램, 증시 변동성 확대 시 투입되는 증권시장안정펀드가 차질 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대비할 방침이다.
김 사장이 사업 계획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를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이유는 경제 위기가 자본시장에서 시작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최근 경제 위기를 보면 대개 자본시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파생결합증권(ELS) 마진콜 사태라든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나 시장에 최악이 왔을 때 그걸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했다”며 “과거 위기 시 증권금융이 많은 역할을 했고 그런 취지에서 평시의 자금 공급 규모를 늘리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증권금융의 외국환 예금 운용 능력을 키워 글로벌 역량을 확충하고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지원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특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머니마켓펀드(MMF)와 스왑의 운용 비중을 확대하고 해외국채와 역외예금 편입 등 운용 수단을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외화 전담조직을 팀에서 부서로 확대 개편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달 말 개소 예정인 홍콩 사무소 등의 해외거점을 통해 외화예탁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증권업권의 글로벌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향후 미국 사무소 설립 등도 염두에 뒀다.
김 사장은 “홍콩에 국내 증권사들이 많이 진출해 현지 법인이나 지점 파트로 가 있다”며 “여러 가지 조달 운영을 홍콩에서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30조원 정도의 개인투자 자금이 해외주식 투자에 투입 되는데 대부분 미국 시장”이라며 “뉴욕 등에 해외 거점 같은 것들을 시간을 두고 마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자본시장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36회(1992년)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금융위원회에서 자산운용과장, 산업금융과장, 행정인사과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등을 거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단장,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 경제·민생팀장 등을 맡았다.
이후 금융위 기획조정관, 자본시장정책관을 거쳐 지난 2021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냈고 이듬해인 2022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오랜 공직 경험을 갖춘 김 사장이 자본시장 전문가로서 시장 대응과 회사 성장에서 있어서 역량을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회사를 이끌어 나갈 젊은 직원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책 제언 기구를 신설했다. 2030세대가 주축이 된 ‘KSFC Young Path-Finder’를 구성해 쌍방향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은 물론이고 경제 현안들에 대한 파악과 진단이 명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우수해 노조와의 대화도 원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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