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고발, 그후 4년…'文가족 수사' 결정타는 전주지법 판결
“문재인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에게)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한자리 챙겨준 대가로 사위를 취직시켜준 것 아니냐.”
2019년 3월 19일 당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를 항공사 전무이사에 채용한 것 아니냐며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곽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문준용 ·문다혜씨를 포함해 문 전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난사하듯 제기하는 정치인으로 통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사위가 특혜 채용됐다는 주장 역시 정치 공세를 위한 실체 없는 의혹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당시 이 총리 역시 “문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다는 회사가 어디인지 모른다. 위법이 아니라면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文 '뇌물 의혹'으로 번진 특혜채용 논란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는 점을 포함해 특혜채용 의혹의 주요 내용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다혜씨의 서울 자택과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적시했다. 뇌물가액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체류비 2억2000여만원이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점차 문 전 대통령을 향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과 야권의 성토가 이어졌다. 4년간 지연되던 수사에 갑자기 속도가 붙어 압수수색에 나서는 점 등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보복 수사에 나섰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다혜씨 압수수색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고, 윤종균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급락하니 득달같이 검찰이 움직이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文정부서 지지부진 수사…시한부 기소 중지
이 사건이 처음 검찰 손에 들어온 건 2020년 9월이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곽상도 전 의원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다. 7개월 후인 2021년 4월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고발인 조사에 나서며 수사를 시작했다. 다만 수사의 동력이 없었다. 서씨가 취업한 타이이스타젯과 이상직 전 의원의 관계가 분명치 않았고,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였다.
타이이스타젯이 태국 현지 저비용 항공사란 점도 문제였다. 서씨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취업 경위는 무엇인지 등 실체 규명을 위한 증거 상당수가 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2021년 12월 “수사의 종결을 위해 필요한 중요 증거 자료가 외국에 소재하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이 사건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 중단된 시한부 기소중지 상태는 1년이나 이어졌다. 정권이 교체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2년 12월 전주지검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해제했다. 수사는 빠른 속도로 재개됐다. 검찰은 기소중지 해제 직후 곧장 이 전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건 4년 전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수사는 2022년 말부터 이뤄진 셈이다.
검찰 수사가 지연된 또 다른 이유로는 이 전 의원과 타이이스타젯의 관계가 올해 초 재판을 통해 뒤늦게 확정됐다는 점이 꼽힌다. 전주지법은 지난 1월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의 항공권 판매대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사용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설립자일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가 취업한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란 점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檢 수사 막바지…文 가족 향한다
다만 이같은 논리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선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가 공모했다는 점이 드러나거나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입증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다혜씨는 물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가족 간 금전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4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졌고,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다혜씨에 대한 소환조사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혜씨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검토하는 데 대해 지난 4일 SNS 게시글에서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이신데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라며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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