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체류자에 카톡으로 "과징금 6200만원"…법원 "이건 무효"
해외체류자에게 카카오톡으로 과징금 고지서를 보낸 행정관청에 대해 법원이 “적법한 송달 방법이 아니다”며 과징금 처분 자체를 무효로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판사 서경민)은 A씨가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영등포구청은 2020년 7월 23일 A씨가 명의신탁 등기와 관련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것을 확인하고 과징금 약 6200만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 구청은 A씨 주민등록상 주소로 등록된 서울 성동구의 한 장소로 과징금 고지서를 보냈다.
하지만 해당 주소는 서울 성동구 B동 주민센터였다. A씨는 당시 해외체류 중이었고 주민등록상 주소는 A씨가 거주했던 B동의 주민센터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상 ‘출국한 사람은 신고 당시 거주지를 관할하는 동 주민센터의 주소를 행정상 관리주소로 신고할 수 있다’(10조의3)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자 구청은 같은 해 8월 말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부과 처분 사실을 알렸다. 체납고지서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과징금을 납부하라는 말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지방세기본법상 사전 신청이 있는 경우 카카오톡 고지도 효력은 있지만, A씨는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카카오톡 고지는 적법하지 않아 과징금 처분은 무효”라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이 “이유 있다”며 받아들였다. “행정처분은 일반 법리에 따라 고지돼야 효력이 발생하고, 고지되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이 다른 경로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됐더라도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례를 참고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먼저 “지방세기본법은 서류 송달은 명의인의 주소·거소·영업소 또는 사무소에 송달하고, 전자 송달은 전자우편주소·전자사서함·전자고지함에 송달하도록 규정한다”며 “송달하기 곤란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엔 공시송달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공시 송달은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 등에 게시해 효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이어 “교부에 의한 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을 받아야 할 자 또는 그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또는 동거인에게 건네줌으로써 이루어진다”며 “주민센터 직원은 A씨의 사용인, 종업원 또는 동거인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 “주민센터가 행정상 관리주소로 등록됐다는 사정만으로 주민센터 직원에게 송달 수령의 권한이 위임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구청은 “A씨가 직접 해외체류 신고를 함으로써 등록된 주민센터 주소로 송달했고, 실제 누가 수령했는지 파악해 A씨에게 직접 서류를 줘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청은 A씨가 해외체류자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해외 주소로 송달이 곤란하면 공시송달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만으로는 과징금 처분이 적법한 전자송달 방법으로 고지됐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게 A씨에게 고지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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