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대장주 우리였는데…" 래미안 퍼스티지 '커뮤니티 굴욕'

백민정 2024.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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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에는 공공개방시설로 한강 뷰를 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 한은화 기자

수영장, 영화관에 명상센터까지….

요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집값 경쟁력의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웬만한 리조트를 방불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트리마제가 선보인 조식서비스 이젠 보편화


2017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고급 아파트 ‘트리마제’가 처음 시작했던 조식 서비스는 이제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보편화된 지 오래다. 고급 주거 단지에서 보였던 골프 연습장도 지금은 기본 시설이 됐고, 얼마나 많은 연습 타석과 스크린골프가 있는지 등이 차별화 요소가 됐다. 여기에 수영장, 영화관, 음악연습실, 사우나 등까지 갖춘 단지도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에선 구·신축 아파트 간에 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자존심 경쟁이 붙었다. 지난 7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총 641가구 규모의 중형급 단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해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스카이 브릿지,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수준으로 가짓수를 늘리고 고급화에 나서면서다.

분양가도 3.3㎡(1평)당 6737만원으로 7월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59㎡가 17억원대, 84㎡가 22억~23억원대였지만 주변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84㎡가 최근 50억~60억원에 거래돼 현 시점 기준 시세 차익만 30억원 안팎이다.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와 달리 한강 조망이 어려운 원펜타스가 실내 고급 자재와 커뮤니티 시설에 힘을 줬다는 후문이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기존 신반포 15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통해 탄생한 이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3.3㎡(평)당 6737만원으로 책정됐다. 뉴스1


신식 커뮤니티 시설로 무장한 원베일리, 원펜타스 등이 반포 대장주로 올라서자 원조 대장인 준공 16년차 ‘래미안 퍼스티지’도 최근 기존 커뮤니티를 전면 확장하는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퍼스티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트리플 역세권에 학군 등을 따지면 퍼스티지 입지가 한 수 위인데 요즘 워낙 신축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이 좋다 보니 구축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하나인 ‘리센츠’ 역시 최근 “입주민의 편의성 증대와 단지의 가치 상승을 위해 커뮤니티를 신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얼죽신' 열풍에 구축 아파트도 커뮤니티 시설 확장


이처럼 구축 아파트까지 커뮤니티 시설 확장·신축에 뛰어든 데는 요즘 부동산 실수요자인 30·40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 경향이 커진 영향도 있다. 공사비 급등에 재건축 분담금이 커지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축 아파트에서 살 요인이 줄었다. 그보다 널찍한 지하주차장과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신축 아파트에서 사는 걸 선택하는 것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이란 조어가 나올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구축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자동차가 가득 차 있다. 신축 아파트가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 지상에 공원, 놀이터 등 시설을 조성한 것과 대비된다. 정준희 인턴기자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몸테크’하기 보다 현재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쪽으로 수요자들이 변화하고 있다”며 “비단 젊은층뿐 아니라 50~60대도 10년 된 도곡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 살다가 올해 준공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전 개포주공 1단지)로 이사 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신축 아파트는 몸값도 더 빨리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가 최근 1년 간(작년 8월~올해 7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을 살펴본 결과, 입주 5년 이하 아파트는 9억117만원에서 10억3171만원으로 14.49%(1억3054만원) 상승했다. 반면 6~10년 이하 아파트는 0.58%(9억9122만원→9억9700만원), 10년 초과 아파트 0.52%(8억187만원→8억605만원) 상승에 그쳤다.

신축일수록 거래량도 많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였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송파구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입주)로 266건이 거래됐다. 경기는 성남에 위치한 ‘산성역 포레스티아’(2020년 7월 입주)로 199건, 인천은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2024년 6월 입주)이 192건으로 가장 많이 손바뀜됐다.

건설업계는 신축 아파트 선호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커뮤니티 차별화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 스카이라운지 조감도. 사진 한양


중견 건설사들도 대형 건설사 못지않게 커뮤니티 시설에 공을 들인다. 한양이 이달 공급하는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는 김포 최대 수준의 대규모 커뮤니티를 지을 예정이다. 단지 안에 실내체육관과 클라이밍, 프라이빗 시네마, 쿠킹 스튜디오, 파티룸, 키즈카페 등 총 46개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포 북변4구역 재개발을 통해 선보이는 이 아파트는 총 3058가구 규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주요 먹거리인 정비사업에서 커뮤니티 시설이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됐다”며 “새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커뮤니티 관리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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