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환승 초읽기...증권사 ‘ETF’ vs 은행 ‘대면’
한투 관련 업권 최초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
금융권 특화점포 개설로 맞불...상담 업무 강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인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내달부터 가능해지면서 금융업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400조원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예고된 가운데 증권사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 은행들은 대면 상담을 각각 앞세워 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업권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시작하고 하나증권은 퇴직연금 ETF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증권사들이 ETF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내달 5일부터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이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고 타사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채비에 본격 돌입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 포트폴리오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증권사들은 동종업계 내 타사와의 대결을 넘어 퇴직연금 절대 강자인 은행들의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목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3조5471억원이다. 이 중 은행이 207조194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증권사(93조7264억원)와 보험사(92조6262억원)를 합한 규모보다도 많다.
업계는 퇴직연금 이동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로 상품을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2분기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 확정기여(DC)형의 평균 수익률은 증권사가 6.72%로 은행(6.27%)과 보험사(5.88%)보다 높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한 ETF 실시간 거래의 이점도 강조하고 있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통상 약 15분 가량 시차를 두고 지연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ETF의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또 부동산 투자회사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경우,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로만 투자를 할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로 실시간 ETF 매매를 원하고 리츠에 투자를 하려는 고객들은 증권사로 이전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 증권사들도 ETF에 초점을 맞추고 퇴직연금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했는데 이는 퇴직연금 업권 최초다.
해당 서비스는 매월 지정한 날짜에 약정금액 범위 내에서 지정한 ETF를 자동으로 매수한다. 그간 주식위탁계좌와 개인연금, 중개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을 대상으로 제공된 서비스 범위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한 것이다.
하나증권은 ETF를 활용해 퇴직연금 투자 가이드를 제시하는 ‘퇴직연금 ETF 온라인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의 담당자들이 출연해 퇴직연금 ETF 투자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으로 지난 11일에 유튜브 하나증권 채널을 통해 첫 번째 설명회를 마쳤다. 오는 25일 두 번째 설명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반면 은행권은 퇴직연금 특화점포 설치를 통한 대면 채널 강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은행업계도 ETF 상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의 강점인 대면 상담 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상담 채널인 ‘연금 라운지’를 지난달에만 3곳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현재 전국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7일 연금 VIP 손님을 위한 전문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분당에 추가 개설하면서 총 7곳으로 늘었다.
KB국민은행(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전국 13곳)와 우리은행(투체어스W·전국 7곳)도 현재 운영 중인 연금 및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에 따라 소비자의 적극적인 상품 선택과 이동으로 퇴직연금 사업자와 운용사의 자산배분 상품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특히 연금 상품의 수익률 개선 노력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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