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연소' 좌완 20홀드…이병헌 "등판하는 게 너무 좋아, 재밌다"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9. 1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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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구원투수 이병헌이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역대 리그 최연소 좌완투수 20홀드를 달성한 뒤 기념구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꾸준한 활약으로 기록을 세웠다.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이병헌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⅔이닝 무실점, 투구 수 13개로 홀드를 챙겼다. 팀의 8-4 승리와 3연승, 4위 수성에 공헌했다. 

이병헌은 6-2로 앞선 7회초 1사 1, 2루서 김강률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를 허용했다. 대타 전병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6-3. 계속된 득점권 위기서 이병헌은 김영웅을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홀드로 뜻깊은 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KBO리그 좌완투수 최연소인 21세3개월13일의 나이로 시즌 20홀드 고지를 밟았다. 종전 기록은 2006년 9월 24일 정우람(당시 SK 와이번스)이 인천 삼성전서 빚은 21세3개월23일이었다. 이병헌이 열흘 단축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위기 상황에 등판해 승기를 내주지 않은 이병헌의 역할이 컸다. 역대 좌완 최연소 20홀드 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승리 후 만난 이병헌은 역대 최연소 좌완 20홀드에 관해 "그 기록은 몰랐다. 경기 끝나고 나서 다들 축하해 주셔서 알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소감은 뜻밖이었다. 이병헌은 "찜찜하다. 19홀드 때도, 이번에도 점수를 주는 등 투구 내용이 안 좋았다. 그래서 찝찝하다"며 "기록을 달성한 것은 좋지만 승계 주자 실점을 허용해 아쉽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구원투수 이병헌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대선배 정우람의 기록을 넘어선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이병헌은 "물론 기분 좋다. 그런데 기록이라는 건 언젠가, 누군가가 다시 깨게 돼 있다"며 "이렇게 하루라도 최연소 기록을 가질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안 깨지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중에 다른 선수들이 더 단축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2022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한 후 3년 만에 한 시즌 20홀드를 이뤄냈다. 이병헌은 "나도 올해 이렇게 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이만큼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올 한 해는 정말 신기하고 얼떨떨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2022년 9경기 5이닝서 평균자책점 3.60, 지난해 36경기 27이닝서 5홀드 평균자책점 4.67을 빚었다. 올해는 풀타임 필승조로 뛰며 출전 시간을 대폭 늘렸다. 74경기 63⅔이닝서 6승1패 2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선보였다.

이병헌은 "솔직히 한 경기, 한 경기 나갈 때마다 재미있다. 경기에 출전하는 게 좋아서 많이 등판하면 할수록 좋다"며 "몸 상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승부할 땐 더 마음 편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즌 도중 흔들린 적도 있었다. 매번 꿋꿋하게 털고 일어났다. 이병헌은 "그럴 땐 오히려 무엇인가를 더 하려고 하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이 임하려 했던 것 같다"며 "내가 고전했을 때가 시즌 중후반쯤이었다. 더 고민한다고 해서 좋아질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걱정하기보다는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두산 베어스 구원투수 이병헌이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역대 리그 최연소 좌완투수 20홀드를 달성한 뒤 기념구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최근 팀 후배인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이병헌은 "(김)택연이가 우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 나 때문에 아웃카운트 4~5개를 책임지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관련해 묻자 이병헌은 "내가 깔끔하게 막지 못해 택연이가 구원 등판해 나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고생하는 게 미안했다. 택연이는 원래 잘하는 선수였다. 항상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상태로 프로에 입단했다"며 "난 미지수인 상태에서 입단했다. 그래도 올해 물음표가 느낌표로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이병헌은 "정규시즌이 8경기 남았다. 우선 이 8경기 동안 아프지 않고 잘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더 노력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두산 베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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