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대 리스크" 16세 쌍둥이가 본 '태재대 실험' 1년
" 태재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리스크(risk)였어요. 한국이나 미국 대학 대신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거죠. 성공은 리스크에서 시작하니까요. "
전다희 양은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태재대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판 미네르바대학’으로 불리는 태재대 1기 재학생이다.
태재대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형 미래 대학을 목표로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를 다니며 수업을 듣는 파격적인 혜택과 정년 없이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등 실험적인 행보로 설립 단계부터 이목을 끌었다.
“방학이면 까먹는 공부 아쉬웠다” 태재대 선택한 쌍둥이
다윗 군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배운 내용은 방학이 되면 다 까먹더라”며 “받아들이고 외우는 게 공부일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응용하게 해주는 수업은 없을까 하는 고민으로 태재대에 왔다”고 했다. 그는 올 1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25회 로봇 올림피아드에서 AI 자율주행 부문 금메달, 로봇 부문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태재대의 실험 “인재 없으면 정원 안 채우겠다”
베트남·튀니지·이스라엘 등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하고, 연세대 경영학과나 이화여대 국제학부에 다니다 온 학생도 있다. 태재대는 사이버대학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일반대와 중복 등록이 가능하다.
재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수업은 온라인에서 듣는다. 강의실에 몇 시간씩 모였다가 각자 집으로 헤어지는 다른 대학들과는 반대인 셈이다. 다희 양은 “초반에는 ‘우리가 실험용 쥐가 된 것 같다’는 농담도 했지만, 혁신적인 대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했다.
염재호 “학벌보단 능력 키울 것…AI로 수업 분석”
가장 좋아하는 수업을 꼽아달라고 하자 두 학생은 “UN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라거나 “사회적 이슈에 관해 단편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20명 이하의 소규모 수업에서 또다시 조를 짜기 때문에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협업은 필수라고 했다.
염 총장은 지난달 개교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교수 발언이 수업의 20%를 넘지 않게 하겠다”며 “교수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재능을 끌어내고, 지식을 내재화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태재대는 모든 수업을 녹화해 인공지능(AI)이 분석, 의사소통에 관한 피드백을 할 계획이다. 교수들이 효과적인 교수법을 연수할 수 있도록 교원역량강화센터도 새로 만든다.
“우물 안 개구리 되지 않는 게 목표”
그의 말처럼 다희 양도 “태재가 나의 토대(base)가 되면 좋겠다”며 “AI와 생물학을 전공한 이후에 다른 대학이나 대학원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윗 군은 외국에서 수업을 듣는 ‘글로벌 로테이션’을 기대하면서 “중국이 특히 궁금하다. 여러 나라를 경험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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