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빚만 202조…'9말10초'가 전기료 인상 골든타임인 이유

이우림 2024.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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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 탓에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평균 13%(7520원) 오르면서 추석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던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하다간 서민과 중소상공인의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9말 10초’가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18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이후 전기요금은 총 6차례에 걸쳐 ㎾h(킬로와트시)당 45.3원(44.1%) 인상됐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동결 중이다.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지난해 11월 이후 동결됐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가구·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한전, 200조원대 부채…요금 인상 불가피


김영옥 기자
하지만 한전의 재무 위기가 커지면서 오는 4분기(10~12월)에는 반드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8900억원이며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3년간 누적된 적자는 41조원(2분기 말)이다. 2021∼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물가 상승 우려를 의식해 한전이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한 여파다. 2020년 13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부채는 ▶2021년 145조8000억원 ▶2022년 192조8000억원 ▶2023년 202조45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도 요금 인상을 더는 미루긴 어렵단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인상 시기는 “폭염 기간이 지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 시기마다 발목을 잡았던 물가도 안정세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 상승에 그쳤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월 고지서 복병…韓 전기요금, 주요국의 반 토막


복병은 8월 전기요금 고지서다. 역대급 이상기후에 냉방 전기 수요가 급증해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다. 한전에 따르면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가구당 평균 6만361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20원(13%) 증가했다. 전체 2522만 가구 중 76%인 192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요금이 5만~10만원 증가한 집은 75만 가구, 10만원 이상 증가한 집은 38만 가구다.

다만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8월 가구당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주요국의 전기료를 비교하면 일본은 13만5625원, 프랑스는 14만8057원으로 한국의 2배 이상이다. 미국의 경우 15만9166원으로 한국의 2.5배, 독일은 18만3717원으로 2.9배 수준이다.


“9말 10초, 1년 중 가장 전기 소비량 적어”


일각에선 요금인상 시기는 '9월 말~10월 초'가 적기라는 제언이 나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9말 10초는 냉·난방을 안 하기 때문에 1년 중 전기 소비량이 가장 적은 시기다. 특히 이번 10월은 휴일이 많아서 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개인은 놀러 가느라 사용량이 더 줄 수 있다”라며 “심리적으로 덜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6월)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에너지 과다소비·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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