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책임자 물러나라"…요즘 눈길끄는 나경원 존재감

이창훈 2024.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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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기후, 과학기술 문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에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그리고 내일' 창립총회 및 북콘서트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나경원 의원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은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연구단체 창립총회에서 한 말이다.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은 저출생 고령화와 기후 변화, 미래 먹거리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66개의 국회연구단체 중 정회원만 33명으로 회원이 가장 많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조배숙·윤재옥·이철규·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37명이 참석했다.

나 의원은 내빈 소개를 마친 뒤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괴담 같은 계엄에 탄핵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 더 좋은 정치를 만들어주는 게 정치인의 책무로, 대전환 시대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자신이 인구위기·기후행동·과학기술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눈 내용을 엮은 책도 공개했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이후 정책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밀려 3위를 기록했지만, 친한(한동훈)과 친윤(윤석열)에 속하지 않는 ‘비계파’, ‘무조직’으로도 14%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나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서도 ▶고물가·고금리를 해결하는 경제 정당 ▶저출생·저성장을 극복하는 유능 정당 ▶양극화와 불안을 해소하는 개혁 정당을 당의 미래 지향점으로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그리고 내일' 창립총회 및 북콘서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실 제공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나 의원이 공론화에 앞장서는 주제다. 나 의원은 지난달 21일, 27일 국회에서 두 차례 세미나를 열어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외국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두고 한동훈 대표가 반대를, 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 정책 경쟁도 불붙은 상황이다. 나 의원은 지난 11일 한 포럼에서 노박 커털린 전 헝가리 대통령과 대담을 하며 “육아와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구분을 유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갈등 국면에선 정부 측 책임자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개혁의 방향은 맞고 궁극적인 해법도 틀리지는 않았는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에 이어 여권 중진의원이 공개적으로 정부 책임자 경질론을 제기한 것은 나 의원이 두 번째였다.

나 의원은 자신의 정책 행보를 차기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까지 연결 짓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나 의원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2011년 10·26 보궐선거, 2021년 4·7 보궐선거 등 3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천·낙선했다. 나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남은 4년의 국회의원 임기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은 굉장한 위기 상황인데 국회가 정쟁에 매몰되는 바람에 하나도 뒷받침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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