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구에 지방은행 '생존기로'…절실한 '새 먹거리'
관계형 금융 활용한 신사업 모색
지방은행들이 지역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과 기관영업에서는 시중은행에게 밀리고 가계 부문에서는 인터넷은행에 자리를 내어주는 등 고객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관계형금융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 먹거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하나금융연구소의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친 데 이어 최근에는 지방 인구감소와 경제 침체 등으로 성장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이다.
지방은행은 2010~2016년까지 연간 8~10%대의 높은 자산성장률을 보이며 시중은행의 성장률을 상회했지만, 이후에는 과거의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 성장률은 55.6%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202.0%)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올해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사태 등으로 인해 지방은행의 상반기 기준 순익 성장률(2.4%)이 4대 은행(1.5%)을 넘어섰지만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지방은행의 성장 둔화를 지방 경제 침체와 맞물려 있다고 봤다. 지방에 거점을 둔 조선, 자동차, 기계 등의 전통산업이 쇠퇴하고 신성장 동력인 첨단 사업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은행도 성장 동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 및 기관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의 금리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은 지방은행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힌다.
시중은행이 지방 우량 중견·중소기업 대출을 공략하면서 지방은행과 지역 기업 간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15년 말 63%에서 지난해 말 59%로 하락한 반면, 4대 은행은 37%에서 43%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자체 시금고, 대학 등 지방 주요 기관의 금고 점유율도 시중은행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전국 시금고 총 357개(477조원) 중 지방은행이 있는 호남·영남·제주지역 시금고는 총 212개인데, 이 중 98개만 지방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또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은행으로 이탈하고, 인터넷은행은 저원가 조달을 기반으로 가계대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66조원으로 지방은행(68조9000억원)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보고서는 자산·이익 구조 측면에서 지방은행 본래의 강점과 특색이 약화하고 있다고 봤다. 더욱이 비용효율성과 생산성이 낮고, 고령자 및 관계형 영업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의 영업 특성상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어 빠른 개선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지방은행권의 평균 순이자마진은 2.13%로 인터넷은행 3사 평균 2.32%에 추월당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과의 경쟁 확대, 여수신 감소, 예대금리차 축소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플랫폼사와의 협업 확대, 온·오프 채널을 통한 전국구 고객 기반 강화 등을 조언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보다 강화하고 관련 인력 육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주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노하우를 시스템화하는 한편 정부의 지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과 비금융 부수업무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은행의 강점인 지역 점포망과 지역 전문인력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비금융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거나, 부수업무로 정식 허용하는 등 진출을 허용해 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사업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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