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한 사이 ESS 배터리 뜬다…"올해 61% 성장 예상"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ESS용 배터리 수요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1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엔 6분의 1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불규칙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필수적이다.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ESS에는 많은 양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주거용·상업용 등 ESS 배터리 수요가 전체 배터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에서 올해 13%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수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크게 늘지 않는 대신 ESS 수요는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BNEF 분석팀은 올해 ESS 설치가 전년대비 6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반면 전기차 수요는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개별 기업의 실적에서도 ESS 성장세는 눈에 띈다. 테슬라의 2분기 실적을 보면,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44만3956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반면 ESS 설치 규모는 2분기 9.4기가와트시(GWh)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157%, 직전 분기보다는 132%나 상승한 것이다.
ESS 시장 확대에는 인공지능(AI) 시장 영향이 크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데,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원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이렇게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해둘 ESS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 투자 늘리는 한국 배터리 기업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ESS 수출도 늘고 있다. 1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ESS 수출액은 지난 1월 1억3216만 달러(1757억원)에서 7월 2억9386만 달러(3905억원)으로 6개월새 2.2배로 늘었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기업이 ESS를 설치하면 투자세액공제를 해주고, 화석에너지 규제도 강해 ESS 성장이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또 ESS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파고들기 힘들다는 점도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ESS용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현재는 공사가 잠정 중단됐지만, 완공시 생산능력은 최근 이 회사의 ESS 배터리 전체 출하량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진다. 이 공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ESS용 파우치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부터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가 넥스트에라에너지에 공급할 ESS 총용량은 6.3GWh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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