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수위 높이는 김정은, 무엇을 원하나 [위기의 남북관계 ①]
北 도발 갈수록 빈도 잦아지는 것과 함께 형태 다양화
"성과 도출 및 미국 대선 등으로 도발 수위 점증 높아질수도"
쓰레기·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핵무력에 대한 의지 또한 대놓고 드러내면서 안보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 관계'로 규정하는 등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이 위협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팽팽하기만 하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제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다음 달 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는 결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남쪽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 등 논의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서는 쓰레기 풍선 부양을 재개했다. 지난 5월 말부터 지금까지 17차례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으며, 지난 11일 이후 사흘 만이다. 이날 살포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비닐·플라스틱 등 생활쓰레기였으며, 안전에 위해 되는 물질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번 살포 때는 발열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풍선에 탑재해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은 빈도가 잦아지는 것과 함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발사한 것이다.
또 대남 확성기를 설치를 통해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소리를 흘려보내면서 인천 접경지역 주민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처음 공개하면서 핵 능력을 과시하는 것과 함께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 생산현장을 직접 돌아보면서는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말 국방성과 도출 및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점증적으로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9절 연설 시 상시 전투준비 태세를 주문한 이후 직접 군사분야 몰아치기 현지지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오물풍선 이후 혹은 (이를) 병행해 군사적 위협으로 태세 전환하고 연말 국방성과 도출 및 미국 대선을 겨냥해 도발 수위가 점증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형 600㎜ 방사포차 성능 검증 시험 사격 참관과 관련해서는 "말 그대로 대남 전투준비 태세구축용"이라며 "이동식방사포차 검증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외적으로 전격 공개한 것을 이례적으로 평가하며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방문에서 원심분리기, 농축우라늄을 강조한 것은 대미압박용으로서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며 "7차 핵실험이 중국의 반대 등으로 여의치 않더라도 우선 시설공개를 통해 단계적으로 핵능력 과시 및 위협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미국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자신들의 핵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단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암시하면서 대선 개입 의도를 노골화했다"고 말했다.
전성훈 경민대학교 겸임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 큰 도발이라고 보지 않지만,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장 시찰은 의미가 있다"며 "시설이 굉장히 대규모고, 내부를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적나라하게 공개했단 것은 그만큼 핵무기 양산에 자신감이 있단 얘기다. 다시 한 번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단 걸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은 명백하게 자신들의 핵 보유 능력과 의지를 보여줬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이란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깨진 게 바로 그 농축 시설 때문인데, 그걸 공공연연하게 노골적으로 보여줬단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핵 포기 의사가 없단 것을 강변하고자 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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