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한국 문학 작품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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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기자]
여름휴가차 방문한 밀라노. 그 중심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두오모 성당을 둘러보며 이탈리아 가톨릭 문화에 흠뻑 젖는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성당 밖, 광장에 나와보니 세계 곳곳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아이들과 여행 온 가족들, 설렘이 가득한 연인들, 문화견학을 온 듯한 어린 학생들… 밝은 웃음을 띤 채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남기느라 다들 여념이 없다. 성당을 한참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프다는 딸들은 남편과 간단한 간식을 먹으러 떠나고, 나는 그 광장 옆 대형 문고 체인점으로 보이는 이탈리아 서점으로 향한다.
▲ 이탈리아 밀라노 서점가 이탈리아 밀라노 대형 서점가 모습 |
ⓒ 김명주 |
▲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서적 방탄소년단의 자서전 그리고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
ⓒ 김명주 |
'완벽하지 않아도 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말고 즐기세', '힘들면 쉬어도 돼요' 와 같은 구절들을 통해 백세희 작가는 아픈 마음의 사람들을 보듬고 용기를 전한다.
영국, 미국의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작가의 이 마음이 잘 전달된 듯하다. 아마존 사이트에 남겨진 이 작품에 대한 평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같이 공감하며 울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이번 에세이를 통해 한국 작가의 작품에 더 관심이 생겼다는 이야기들까지 그 평가가 다양하고 호의적이다.
이탈리아의 독자들도 한국이라는 먼 나라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현대인이라면 감기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한 감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에 공감하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세상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넓혀 놓았다.
아쉽게도 이탈리아 대도시 밀라노의 중심, 두오모 성당 앞 서점에서는 오직 이 한 권의 한국 작가 작품만을 만날 수 있었다. 찾을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영어판을 사서 읽었음에도 또다시 한 권을 유로로 구매한다. 해외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면 미약하나마 판매 부수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묻지 않고 사는 버릇이 생겼다.
▲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문학 밀라노 두오모 근처 서점에서 만난 현지 한국 소설 |
ⓒ 김명주 |
여행이 주는 색다름, 이질감을 즐기다가도, 이 아무도 모르는 밀라노 한복판에서 한국 소설가 작품 한 권, 잠깐 간식 먹느라 헤어졌지만 그마저도 미주알고주알 얘기 전하느라 바쁜 가족들이 주는 따뜻한 익숙함이 참 좋다.
직접 서점을 둘러봤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한 한국 작품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소개되고 있는가 궁금하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얼른 관련 검색을 해본다.
2022년 1월, 백현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의 기사를 인용해 보면 구병모 작가의 <파과 (Artiglio)> 가 이탈리아어로 번역, 2021년 4월 출판해 좋은 평을 얻었고,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Le orgini del male)>, 조남주 작가의 < 82년생 김지영(Kim-Ji Young, nata nel 1982) >도 이탈리아 아마존 등에서 이탈리아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기사 내용을 검색할 수 있었다.
2022년 7월 기사에는 배영훈 작가의 타워(이탈리아명 La Torre)가 이탈리아 주요 여섯 개의 도시에서 작가 사인회와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는 기사도 접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매년 수여하는 2023년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에 이탈리아인 리아 요베니티씨가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요베니티씨는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를 번역해 수상자가 되었다. 이탈리아어로 출간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늘고 있지만 번역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그녀의 인터뷰 내용에 주목하게 된다.
▲ 밀라노에서 만난 한-일 문학 작품들 이탈리아어 번역된 일본소설과 영문판 한국소설 |
ⓒ 김명주 |
요즘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이 점점 활발히 성장해 나가듯이, 비 영어권 국가들에서도 현지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좋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사이트에도 실립니다.K 컬쳐의 유행에 힘입어 한국 문학 또한 전에 비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국 서점가와 이탈리아 밀라노 서점가를 둘러보면서 유럽에서의 한국 문학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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