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9월17일 9시17분" 운명의 날 맞은 KIA 이범호
“무언가 이뤄지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여느 아침처럼 눈을 뜬 뒤 무심코 휴대전화를 켰다. 액정이 가리키는 날짜와 시간은 9월 17일 오전 9시 17분. 운명의 날일까. 이 감독은 “무언가 이뤄지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KIA는 17일 경기결과를 따라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결정된다. 이날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이기거나 2위 삼성 라이온즈가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패한다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KIA로선 하루빨리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래야 남은 기간 주전 선수들이 충분히 쉴 수 있고, 1.5군급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며 한국시리즈용 조커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KIA는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불린다. 페넌트레이스는 모두 6번 제패했고(전·후기리그와 양대리그 제외), 한국시리즈에선 11차례나 우승했다. 역사와 전통에서 KIA를 따라갈 구단은 없다.
2017년 통합우승 이후 침묵해오던 KIA는 올 시즌 이범호 신임 감독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개막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고, 김도영과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또로 이뤄진 중심타선을 앞세워 좀처럼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제 페넌트레이스 마침표만을 남겨둔 이 감독은 “매직넘버가 3개로 줄어든 뒤에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이를 잘 이겨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먼저 만난 SSG 이숭용 감독은 “KIA도 광주 홈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그게 서로에게 좋다. 이범호 감독에게도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웃었다.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KIA와 달리 아직 5강 싸움 중인 SSG의 다급한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감독은 “우리가 오늘 지더라도 삼성이 진다면 우승이 확정된다. 결국 하늘이 정할 문제”라면서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은 어느 구장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시점이 중요하다. 그래야 주전들이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KIA는 2017년에는 마지막 경기까지 가서야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확정됐다. 당시 이 감독도 KIA의 선수로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감독은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선수들이 혹여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 경기에서 이겨야 우승이 실감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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